[한-칠레 축구] 절치부심 김병지 ‘아쉬운 복귀전’

30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칠레와의 친선경기에서 오랜만에 대표팀 수문장으로 나선 김병지가 칠레 공격수에 앞서 볼을 걷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꽁지머리' 김병지(38.FC서울)가 축구 A매치 그라운드에 다시 섰다. 그가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 골문을 지킨 것은 무려 5년2개월 만이다.

김병지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미 칠레와 친선경기에서 선발 출전, 전반 45분을 뛰었다.

김병지가 A매치에 나선 것은 2002년 11월20일 브라질 대표팀과 친선경기(2-3 패) 이후 처음이다.

1995년 6월5일 수원에서 열린 코리아컵 코스타리카전을 통해 A매치 데뷔한 김병지는 한국 축구대표팀 부동의 골키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거스 히딩그 감독 재임 초기인 2001년 1월 홍콩 칼스버그컵에서 골문을 비워놓고 미드필드까지 공을 몰고간 튀는 행동으로 눈 밖에 나기 시작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은 됐지만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채 후배 이운재가 4강 주역으로 우뚝 서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김병지의 경험과 기량은 이후 K-리그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1992년 울산에 입단해 프로생활을 시작한 김병지는 지금까지 465경기에 나서며 개인 통산 최다 출전기록을 매번 새로 써왔다. 최다 무실점 경기(165경기), 무교체 최다경기 연속 출장(153경기) 기록도 그의 몫이다.

그리고 마침내 절치부심 끝에 62개월 만에 다시 태극호에 올라 개인 통산 62번째 A매치(73실점)를 치렀다.

하지만 오랜 만에 태극마크를 단 탓일까. 뜻하지 않은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김병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첫 킥을 한 뒤 오른쪽 무릎 밑 근육에 마비 증상이 왔다"면서 "감각이 없어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있는 킥도 되지 않았다. 너무 아쉽다"고 밝혔다.

전반 21분 최종 수비라인 오른쪽에 있던 곽태휘(전남)에게 연결한 패스가 짧아 상대 공격수에게 가로채기를 당할 뻔하고, 롱 킥은 하프라인을 쉽게 넘어서지도 못하는 등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도 부상을 참고 뛰었기 때문이었다.

김병지는 "극히 드문 일이지만 경기 전 몸도 충분히 풀었는데 너무 아쉽다. 날씨 때문인 것도 같다"면서 "좀 안 좋은 편이다. 자고 일어나 봐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선수들이 감독님의 뜻에 부응을 못해 죄송하다. 앞으로 책임감을 갖고 개인이나 팀 모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진남 기자 [e-mail]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