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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인생 지각했지만 이제 시작일뿐이죠”

등록 2008-02-10 19:43

월드컵예선 투르크메니스탄전 첫골 ‘곽태휘’
월드컵예선 투르크메니스탄전 첫골 ‘곽태휘’
월드컵예선 투르크메니스탄전 첫골 ‘곽태휘’
대표팀 549분 무득점 헤딩골로 깨
17살 때 축구 시작한 늦깎이 수비수

잘 나가는 선수라면 청소년대표도 될 수 있는 열일곱 나이. 경북 왜관 ‘촌놈’이 그해 여름 무작정 대구공고 축구부를 두드렸다. 왜관엔 축구부가 없었다. 그는 “테스트를 보게 해달라”고 했다. 감독은 당황했다. “‘지금 와서 뭘 하겠냐. 늦었다. 혹시 하더라도 졸업하기 전에 한 경기도 못 뛸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모 반대까지 무릅쓰고 온 그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고 싶다고, 축구를 너무 하고 싶다고 했어요.”

테스트를 통과한 그는 “이 길로 들어섰으니 뒤에만 있을 순 없지 않겠냐고 생각해 혼자 기본기 훈련을 많이 했다”고 한다. 몇 달 뒤 감독이 불렀다. “1학년 말에 갑자기 연습경기에 나가보라고 하시더니 수비수로 세우셨죠.”

그렇게 수비전문이 된 이 ‘축구 지각생’의 열정이 빛을 본 건 지난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1차전. 전반 43분 헤딩 선제골을 넣으며 대표팀의 ‘549분 무득점’을 깬 그는 그늘에 갇혀있던 수비수 곽태휘(27·전남 드래곤즈)란 이름도 밖으로 끄집어냈다. 국가대표 데뷔 2경기 만에 넣은 골이다. “공이 들어가는 것 보고 막 뛰어가다 뒤로 돌아서니까 (박)주영이가 나한테 달려오는데 그 기분이란 정말….”

사흘 휴가를 받은 그는 왜관 집으로 갔다. 이곳에서 아버지는 택시를 몬다. “가족들이 설 선물 제대로 줬다며 대견하다고 하셔서 너무 좋았죠.” 키가 훤칠한(1m85) 그는 2006년 두살 연상 아내와 결혼했다. 어떤 팬들은 ‘꽃미남’이 조기 품절됐다며 아쉬워한다. 왜관에서 피부관리사였던 아내는 지금의 시어머니와 먼저 친해진 뒤 곽태휘를 만났다. 지난해 말 축구협회(FA)컵 결승 1차전 2-2에서 곽태휘가 30m 프리킥을 넣었을 때 펑펑 눈물을 흘려준 것도 아내였다. 트레이드로 맘고생을 한 남편이 그 골로 다소 보상받았다는 걸 알고 있어서다.

2005년 FC서울에 입단한 곽태휘는 지난해 여름 전남으로 가라는 일방통보를 들었다. FC서울이 국가대표 수비수 김진규를 데려오고 곽태휘를 내보낸 것이다. 그는 “서운했지만 살다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을 수 있다며 털어냈다”고 했다.

제공권 장악력과 몸싸움에 강한 그는 당시 허정무 전남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지난 1월 ‘허정무호’에 오르며 생애 첫 국가대표가 됐다. 그는 “긍정적인 마음 덕”이라고 했다. 9일 대표팀에 재소집된 그는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쟁쟁한 중앙수비수들이 많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그는 “남아공월드컵 베스트11 목표를 향해 가겠다”고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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