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북한 북한 훈련 ‘접근금지’…평양시합 앞둔 신경전
중국-일본 ‘농약만두’로 반일감정 격화…경비인력 3천명
중국-일본 ‘농약만두’로 반일감정 격화…경비인력 3천명
“김정훈 감독입니다. 제 소개 먼저 하겠습니다. 저는 52세입니다.… 우리팀은 청두에서 5일 훈련하다 왔습니다.…” 15일 오후 중국 충칭(중경)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 프레스룸. 이날 오전 도착해 여장을 푼 뒤 오후 1시간 남짓 짧은 훈련을 마친 북한축구대표팀 김정훈 감독은 남쪽 취재진과 첫 만남에서 이렇게 혼자만 잠시 얘기한 뒤 사라져 버렸다. 질의응답할 틈도 주지 않았다. 남쪽 취재진은 허탈해 했다. 이날 훈련에서 북한은 15분 가량만 취재진에 개방한 뒤 비공개로 훈련했고, 다음달 오후 보조구장에서 열린 훈련 땐 아예 접근을 금지했다. 기대됐던 남북 코칭스태프와의 만남도 이뤄지지 않았다.
20일 열리는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남북한(밤 9시45분) 경기를 앞두고 두팀간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남북한이 오랜 만에 국제대회에서 A매치 대결을 펼치는 데다, 이번 경기는 3월26일 평양에서 열리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차전을 앞두고 있는 두팀의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전력노출과 취재진 접촉을 꺼리는 것은 평양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평양경기에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따라 ‘애국가 연주’ ‘태극기 게양’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번 대회 최강으로 꼽힌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세 팀이 젊은 피나 올림픽대표팀 출신으로 팀을 꾸린 데 반해, 북한은 최정예로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은 일본 J리그에서 활약 중인 공격수 정대세(24·가와사키)와 미드필더 양용기(26·센다이)에다 K리그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 미드필더 안영학(30)까지 해외파 3명이 포진해 있다. 4.25체육대, 평양, 압록강 등 북한축구팀 주축들이 대부분 출전했다.
2005년 한국에서 개최된 제2회 대회 때 1승1무1패 3위로 밀렸던 북한은 지난해 6월 마카오에서 열린 이번 대회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 본선에 나오게 됐다. 김정훈 감독은 “(이번 대회가) 월드컵 3선(3차 예선) 작업과정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좋은 성적을 쟁취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6일 요르단과의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첫 원정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한편, 남북한 경기 전에 열리는 중국-일본(오후 7시15분) 경기를 앞두고도 대회 주최쪽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아시아축구연맹쪽은 경비인력을 다른 경기의 두 배인 3천명 가량으로 증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팬들의 난동에 대비해서다.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중국산 농약만두’ 파문으로 반일 감정이 악화된 탓이다. 중국당국은 투석행위 금지와 경기장 반입 불허물 등을 공지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충칭/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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