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중국 충칭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08 동아시아 선수권 축구대회 한국-중국전에서 박주영이 헤딩슛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
위치선정·프리킥 감각 절정
핌 베어벡 감독 시절만 해도, 박주영은 축구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 사이 ‘천재골잡이’라는 별명은 사라져갔고, 그는 깊은 수렁에서 헤어날 줄 몰랐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그해 3월1일 앙골라와의 평가전에서 1-0 결승골을 넣은 것이 가장 최근의 골이었다.
하지만 7년 만에 허정무 감독이 국내파 사령탑 시대를 열면서 박주영은 다시 대표팀 명단에 올랐고, 17일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개막전 중국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며 보란 듯 보답했다.
박주영은 1월30일 칠레와의 허정무호 첫 데뷔전에서는 벤치를 지키다 후반 31분 들어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당시 정조국(FC서울)에 밀렸다. 그러나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은 그의 부활을 알리는 무대였다. 공격 최전방에 출격해 여러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다. 비록 골을 넣지 못했지만, 후반 13분 절묘한 연결로 설기현의 한국팀 두번째골을 도왔고, 후반 26분 터진 박지성의 골도 그의 패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결국 박주영의 진가를 확인한 허정무 감독은 이번에 그를 다시 선발시킴으로써 그의 화려한 부활을 연출해냈다. 박주영의 중국전 첫 헤딩골은 위치선정이 좋고 점프력이 뛰어나 만들어진 골로 한창 그가 뜰 때 보여줬던 모습 그대로였다. 한국이 패배 위기로 몰리던 때 그가 작렬시킨 2번째 프리킥골도, 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장면이었다. 박주영은 청소년대표시절 오른발로 휘어감아차는 프리킥으로 많은 골을 터뜨린 바 있다.
정조국의 허리부상, 조재진(전북 현대)의 장염 등으로 골잡이난에 허덕이던 허정무호는 박주영의 부활로 천군만마를 얻은 상황이 됐다. 박주영은 A매치 23경기 7골을 기록하고 있다. 충칭/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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