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11번·왼쪽)이 18일 동아시아축구대회 중국 경기에서 위안 판(2번) 등 중국선수(한 선수는 얼굴만 조금 보임)들로부터 태클을 당하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충칭/AP 연합
‘A매치 최다골’ 대들보로 성장
21일 일본전서도 골사냥 나서
21일 일본전서도 골사냥 나서
“태백 조기축구회 사무국장이 연락을 했어요. 우리랑 같이 차는 중학교 1학년 여자애가 있는데 공을 잘 찬다면서.”
당시 강릉 강일여고 강재순 감독(현 충남 일화천마 여자축구단 감독)은 정식으로 축구를 배우지 않았던 이 꼬마아이가 “참 당돌했다”고 기억했다. “‘경포여중 축구부로 가서 축구할래?’라고 물었더니, ‘거기 나보다 볼 리프팅(연속해서 공을 튀겨 올리는 것) 잘하는 사람 있어요?’라고 묻더라고요. 외국 여자축구를 봤더니 자기보다 못하는 선수가 있더라는 말도 하면서….”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아저씨들과 섞여 공을 찼던 이 아이가 여자축구 간판 공격수 박희영(23·대교)으로 컸다.
18일 중국 영천에서 열린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 중국과의 1차전. 박희영은 0-1로 지던 후반 14분 헤딩골에 이어, 후반 24분 상대 선수를 등지다 왼쪽으로 재빠르게 돌아 날린 오른발 터닝슛으로 역전골을 넣었다. 비록 2-3 재역전패를 당했지만, 그동안 한국을 18승1패로 두들겼던 강호 중국을 혼쭐낸 박희영의 두 골은 꽤 인상적이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박희영은 경포여중 2학년 때 지병을 앓은 아버지마저 잃었다. 강재순 감독은 “희영이는 축구부 숙소에서 지냈고, 언니와 남동생도 강릉으로 데리고 와 나랑 코치가 마련한 방 한칸자리 월셋집에서 지내게 했다”고 떠올렸다.
부모와 일찍 헤어져 외로움도 컸지만 박희영은 3년 전 20살 이하 여자청소년월드컵에 나가는 등 여자축구 재목으로 성장했다. 이번 여자대표팀 20명 중 키(1m64)는 다섯번째로 작지만, A매치 최다골(12골)을 넣고 있다.
고교시절 은사인 강 감독은 “제공권은 조금 약하지만, 골지역 안에서 공을 맞춰 때리는 골감각은 아주 뛰어나다. 고등학교 때도 발리슛을 굉장히 잘했다. 상대 수비수 반응에 따라 움직이는 능력이라든지, 볼키핑력도 갖췄다”고 했다. 박희영은 21일 북한을 3-2로 이긴 일본을 맞아 2경기 연속골을 노린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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