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수 감독이 지난 21일 충칭 리탄 경기장에서 광운대와 연습경기를 치르기 앞서 선수들에게 전술을 설명하고 있다.
충칭서 전지훈련중…“K리그는 팬 적은게 아쉬워”
AFC챔피언스리그서 전남이나 포항과 붙을수도
AFC챔피언스리그서 전남이나 포항과 붙을수도
36.5˚C 데이트 / 중 슈퍼리그 준우승 이끈 이장수 베이징 궈안 감독
중국축구통인 그에게 지난 30년간 ‘공한증’이 계속되는 이유부터 물었다. “큰 경기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중국대표팀은 타이 등 주로 약체를 불러들여 평가전을 합니다. 지면 언론에 얻어맞으니까 그런 것이죠.”
그는 “기술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으나 체력 면에서 한국과 일본에 비해 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화 탓도 크다고 했다. “중국은 한 가정에 한 자녀씩 두는데, 어릴 때부터 너무 곱게 키운 결과,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이 크게 떨어집니다. 힘들면 누가 해주겠지 하는 등 의존도도 높고요.”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충칭에서 중국슈퍼리그(프로축구 1부리그) 베이징 궈안을 지휘하고 있는 이장수(52) 감독을 만났다. 베이징 궈안은 지난 8일부터 이곳 충칭 티판팀 경기장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이 감독은 2006 시즌까지 FC서울 감독을 지냈으나 재계약 기간 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빚다가 베이징 궈안의 러브콜로 지난 시즌부터 중국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이 감독은 17일 한국-중국전을 앞두고 연세대 2년 선배인 허정무 감독을 만나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빛을 못 본 지도자지만, 중국에서만은 유독 강한 그다. 지난 시즌 팀을 일약 정규리그 2위로 올려놓았다. 1992년 팀 창단 이후 최고 성적.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었으나, 창춘 야타이에 아쉽게 승점 1점이 뒤졌다. “팀을 맡자마자 성적이 올라가니까, 재작년 평균 4천~5천명이던 관중이 2만5천~3만명으로 늘었어요. 2위를 했지만 득점은 두번째로 많이 하고, 실점은 제일 적게 했습니다. 구단에서도 매우 좋아하더라구요.” 중국슈퍼리그는 지난해까지 15개팀이었으나 올해는 한팀 늘었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장수 감독은 2000년 ‘충칭의 별’로 우뚝 솟았다. 1998년 충칭팀을 맡아 2년 만에 중국축구협회(FA)컵 우승을 견인해낸 것이다. “그날 밤 도시가 확 뒤집혔어요. 월드컵 우승 이상으로 난리였습니다. 베이징 궈안과 원정경기에서 0-1로 졌는데, 홈경기에서는 4-1로 승리했죠. 경기 전날엔 표를 사기 위해 400~500m 줄을 서 있던 광경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마침 이때 한국방송(KBS) <한민족리포트>에서 그를 취재했는데, 내용이 좋자 <인간극장>에 5일간 방영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 ‘충칭의 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번 그의 숙소 호텔에서의 인터뷰 중에도 사인과 사진찍기를 요청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충칭의 별’ 인기를 실감케 했다.
밖에서 바라본 한국프로축구에 대해 물었다. “있을 땐 몰랐는데, 과거에 비해 많이 성장했습니다. 팬들이 적다는 게 가장 아쉽죠. 중국에는 팬들이 많습니다. 재작년 우승팀 산둥은 평균관중이 3만~4만명이나 됐습니다.” 그는 K리그에서 ‘6강 플레이오프’를 벌이는 것에 대해 중국축구계에서는 ‘코미디’라 한다고 했다. “그게 어떻게 6강 플레이오프입니까. 6중 플레이오프죠. K리그에서는 모든 팀들이 우승을 노리는데 이곳은 안 그렇습니다. 상위 6개팀은 우승을 노리지만, 4~5개팀은 5~6위 진입, 나머지팀들은 1부 리그 잔류를 목표로 합니다.” 1·2부리그 업다운제가 있어, 우승과 함께 어느 팀이 1부리그로 올라오고 어느 팀이 2부리그(14개팀)도 떨어질지가 팬들의 3가지 관심사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중국 클럽축구가 K리그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준우승했으니 올해는 리그 우승이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승확률은 30%로 낮게 잡았다. 베이징 궈안은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도 나선다. 동아시아 F조에 편성돼 있어, 이 관문을 통과하면 포항 스틸러스(E조)나 전남 드래곤즈(G조)와 홈 앤 어웨이로 만날 수 있다. 그가 베이징 궈안을 이끌고 한국에 올 날도 머지 않은 듯 싶다.
충칭/글·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충칭/글·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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