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2006년 12월10일 새벽(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 라얀 경기장에서 열린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남북한의 8강전에서 양쪽 응원단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북쪽 “대결구도 피하자”며 한반도기·아리랑 고수
축구협, FIFA 존중하지만 ‘3국 개최’ 최선 아니다
축구협, FIFA 존중하지만 ‘3국 개최’ 최선 아니다
“우린 한민족이다. 왜 대결구도로 가려하는가?”
지난 26일 개성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남북한의 평양경기와 관련한 2차 실무협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대한축구협회 고승환 대외협력국장은 북쪽이 이런 명분으로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 반대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취지에 맞춰 남북의 평양 월드컵 예선 때 한반도기를 걸고 아리랑을 연주하도록 하자는 1차 협의 때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반면, 축구협회 대표단은 이번 경기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열리는 월드컵 예선이란 점을 내세워 의무사항인 △태극기 게양 △애국가 연주에 대해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오전 10시부터 3차례에 걸쳐 5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했지만, 양쪽은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북쪽은 ‘한민족’이라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4만~5만명을 수용하는 김일성경기장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남쪽 애국가가 연주되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만명이 운집하는 경기장 특성상 불상사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쪽도 이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FIFA 규정을 스스로 어길 수 없는 만큼, FIFA의 중재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축구협회는 아직도 협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대표로 참석한 조중연 부회장은 “10% 정도 협상여지는 남아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영철 축구협회 홍보국장도 “FIFA에 중재를 요청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제3의 채널을 통해서도 북쪽과 협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축구협회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제3국 개최는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유영철 국장은 “남북축구가 평양에서 경기를 갖는 것은 승패를 떠나 남북긴장 완화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평양에서 경기가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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