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5천 관중 ‘명품 크로스’에 열광
FC서울, LA갤럭시에 승부차기 승
FC서울, LA갤럭시에 승부차기 승
잉글랜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33)이 대한민국을 한바탕 뒤흔들어 놓고 2일 떠났다. 그가 소속된 미국프로축구 LA갤럭시는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FC서울과 ‘모토로라컵 코리아투어’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2로 졌다. 하지만 베컴은 △프로선수로서 축구팬들에 대한 깎듯한 예우 △천재성보다는 꾸준한 연습으로 만들어낸 명품 프리킥 등을 팬들의 가슴에 아로새겼다.
■ 팬들 야유에 ‘재밌는 제스처’로 응대=세계적 스타는 역시 수많은 팬을 불러모았다. 이날 관중은 3만5천여명으로 집계됐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베컴의 명품 프리킥을 보자”며 남녀노소할 것 없이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아 베컴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였다. “한명의 스타가 팬 수만명을 불러모은다”는 체육계 속설을 K리그로서도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베컴은 경기 뒤 승부차기 때 갤럭시의 첫번째 키커로 나섰다. 이 때 골문 뒤에 있던 일부 관중들이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하게 보이는 등 야유를 해댔다. 하지만 베컴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골을 성공시킨 뒤 그들을 향해 반대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보였다. 베컴은 경기 뒤 “그들에게 무언가 재미있는 제스처를 취해주고 싶어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베컴은 자신의 후원하는 아디다스 축구화 뒤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출전했다. 또 애초 50분 이상 뛰기로 계약을 맺었으나, 전후반 90분을 다 소화하는 등 팬들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 관중 열광시킨 ‘명품 크로스’=베컴의 명품 크로스와 프리킥·코너킥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베컴은 실제로 여러 차례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보여줬고, 골은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명품프리킥도 한차례 선사했다. 전반 21분 갤럭시의 선제골은 베컴의 절묘한 롱 프리킥에서 비롯됐다. 주로 오른쪽 미드필드 쪽에 자리했던 베컴은 폭발적인 움직임은 보여주지 못했으나 공격진에 한번에 찔러주는 롱패스로 FC서울 간담을 여러 차례 서늘하게 했다. 이날 FC서울 최전방공격수로 출격했던 정조국은 “킥 하나는 대단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정조국은 전반 31분 페널티골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 후보 대거 투입 팬서비스 외면한 FC서울=FC서울 셰놀 귀네슈 감독은 후반 들어 김진규 이민성 김치곤 등 대부분의 주전을 빼고 후보들을 투입하는 등 선수테스트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친선경기인데도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일부 선수들은 거친 플레이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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