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남북한 경기가 결국 제3국인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런 내용의 중재안을 통보해 왔으며,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피파 규정에 따라 경기 때 두 팀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도 울려퍼진다. 경기시간과 경기장은 추후 협의해 확정할 예정이다.
월드컵 예선에서의 사상 첫 남북 경기는, 북쪽이 느닷없이 특수 사정을 들어 애국가 연주와 태극기 게양에 난색을 표명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양쪽은 지난달 5일과 26일 두차례 개성에서 실무협상을 했으나 이와 관련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북쪽은 한민족이라는 이유를 들어 ‘한반도기 게양’과 ‘아리랑 연주’를 고수했고, 대한축구협회는 피파 규정 22조를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피파에 중재 요청을 했다.
남북 화합 차원에서 보면 축구협회가 국가와 국기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양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바뀐 뒤 상황이 미묘하게 바뀐데다,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공연 때 동평양대극장에 성조기가 게양되고 미국 국가까지 연주되면서, 축구협회는 국민 여론을 의식해 피파 규정을 고수했고 결국 양쪽은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축구협회는 이날 공식 논평을 내 “평양 개최를 원하는 축구팬과 국민 여러분께 이것이 성사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승환 대외협력국장은 “우리 쪽 의견이 많이 반영된 중재안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제재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 홈경기이기 때문에 중계권과 마케팅 권리는 원래대로 북한이 갖게 될 것 같다”며 “피파가 오늘 오후 남북 양쪽에 이런 내용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