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 감독. 사진 AP연합
페네르바체, 첼시 꺾고 축제분위기
9일 적지서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9일 적지서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축구로 치면, 터키는 흔히 ‘유럽의 변방’으로 불린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물리치고 3위를 차지했지만, 유럽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클럽축구에서는 갈라타사라이가 1999~2000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컵 챔피언에 오른 것이 가장 빛나는 성과로 꼽힌다. 당시 터키 전역은 난리가 날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터키 이스탄불 연고의 페네르바체가 2007~200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첼시(잉글랜드)를 2-1로 누르면서 터키 전역이 술렁이고 있다. 페네르바체는, 일본축구대표팀 감독도 역임했던 브라질 출신 ‘하얀 펠레’ 지코가 사령탑을 맡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부동의 왼쪽윙백으로 활약하던 호베르투 카를루스도 지난해 이곳으로 이적했다. 일본에서의 실패 뒤 터키로 옮긴 지코가 팀을 4강에 올려놓으면 대성공시대를 열게 된다. 그동안 터키 클럽이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르는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페네르바체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안방 1차전에서 브라질 출신 공격수 데이비드의 자책골로 0-1로 뒤지다가, 교체투입된 카짐카짐의 동점골과 데이비드의 통렬한 중거리슛으로 극적인 역전극을 펼쳤다. 이날 밤 이스탄불은 페네르바체 클럽의 노란색과 푸른색 깃발을 든 축구팬들로 넘쳐났으며, 팬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밤새 거리를 누볐다.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아닌데 난리가 난 것이다.
페네르바체는 9일 첼시와의 원정 2차전에서 비겨도 4강에 오를 수 있지만, 디디에 드로그바, 미하엘 발라크, 니콜라 아넬카 등 초호화진용을 갖춘 첼시 안방에서 대패를 당하면 탈락할 수 있는 등 부담도 크다.
그래서 지코 감독은, 터키 언론들이 1차전 승리를 두고 ‘유럽의 정복자들, 페네르바체’ 등으로 대서특필하고 나서자, 선수들에게 냉정을 호소하고 있다. 터키로 간 지코가, 첼시의 안방 스탬퍼드브리지에서 챔피언스리그사의 한 페이지를 멋지게 장식하는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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