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3승4무1패. ‘영원한 우승후보’라는 브라질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지금까지 올린 성적표입니다. 호나우지뉴(AC밀란) 호비뉴(맨체스터 시티) 등 세계 정상급 스타들이 즐비한데도, 브라질이 4번씩이나 비기면서 파라과이(5승2무1패)에 이어 2위로 밀려있는 이유는 뭘까, 참 궁금합니다. 둥가 감독의 지도력 부재? 아니면 선수들의 정신력 해이? 여러 분석이 가능할 겁니다.
브라질은 특히 지난 10일(현지시각)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안방 8차전에서 0-0으로 맥없이 비기고 말았습니다. 1승1무5패로 10개팀 중 꼴찌를 달리던 볼리비아였기에 충격파는 더했던 모양입니다. 극성 축구팬들은 “둥가 감독은 떠나라”고 외쳤고, 주전으로 뛴 호나우지뉴 등도 엄청난 곤욕을 치렀습니다. 아무리 강팀이라 해도,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은 그렇게 험난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합니다.
둥가 감독과 마찬가지로 허정무 감독도 요즘 ‘사면초가’입니다. 많은 언론들은 지난해 12월 국내파 감독시대를 다시 연 그가 그동안 전술적으로 보여준 것이 제대로 없다며 ‘허무 축구’라고까지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역시 ‘국내파 감독은 안된다’는 주장과 함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축구협회 홈페이지는 허 감독에 대한 욕설과 비난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축구대표팀이 화끈한 공격력과 투지를 보여주지 못한 채 백패스 등으로 일관하면서 팬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은, 허 감독이 곱씹어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그러나 우리 축구팬이나 언론들이 너무 경기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 2월6일 아시아 3차예선 첫 경기에서 허정무호가 투르크메니스탄에 4-0 대승을 거뒀을 때 어땠습니까? ‘역시 해외파가 잘한다’니 뭐다 해서 온갖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이후 해외파가 부진하자 대다수 축구팬들이나 언론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거꾸로 돌아섰습니다.
허정무호가 지난 10일 최종예선 첫판에서 북한과 1-1로 비겼지만, 앞으로 7경기나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청용 기성룡 신영록 등 젊은피들의 활약도 기대됩니다. “이제 한 경기 끝났는데, 언론이 너무 허 감독을 흔든다.” 한 베테랑 축구인의 하소연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한국축구 방정식 참 풀기 어렵습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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