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 1953년 ‘한-일전’ 조명
“일본에 지면 바다에 몸을 던질 각오를 하고 싸워라!” 1954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을 위해 일본 도쿄로 향하는 축구대표팀에 이런 주문을 했다. 그해 스위스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대륙에 걸린 티켓 한장을 놓고 ‘홈 앤드 어웨이’로 맞붙게 됐는데, 이 대통령은 “침략자 일본팀이 한국 땅을 밟게 할 수 없다”고 버텨, 결국 한국팀이 도쿄로 가게 된 것이다. 마침내 1954년 3월7일 도쿄 메이지 진구 스타디움. 한-일 두나라 축구대표팀이 처음 맞붙게 됐고, 한국이 5-1 대승을 거뒀다.
국제축구연맹은 8일 홈페이지‘고전축구’(Classic Football) 편을 통해 “라이벌전 도쿄에서 태동하다”는 제목으로 숙명의 한-일 축구전을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두팀은 3월14일 다시 도쿄에서 격돌했는데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전반 16분 도시오 이와타니에게 먼저 골을 내줬으나, 정남식(전반 25분) 최정민(전반 42분)의 연속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 15분 다시 이와타니에게 골을 내주며 비기고 말았다.
피파는 한국팀 스트라이커 최정민을 ‘스타’로 주목했다. “팬들 사이에 황금발로 알려져 있는 최정민은 당시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명이었다. 그는 집요한 태도로 공격 최전방에서 파워넘치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한국의 1956년과 60년 아시안컵 우승 주역이었다.”
일본의 수비수 류조 히라키는 최정민에 대해 “밸런스와 스피드를 가진 위대한 공격수여서 그를 저지할 수 없었다. 마치 우리는 거인과 싸우는 어린이 그룹과 같았다”고 회고했다고 피파는 전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