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몬테네그로 출신 공격수 라돈치치가 2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으로 귀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특급 골잡이 라돈치치 귀화선언…첫 외국인 대표 발탁 주목
몬테네그로 출신 특급골잡이 라돈치치(25·인천 유나이티드)가 27일 한국으로 귀화해 2010 남아공월드컵에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축구계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회택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선수의 귀화는 전세계적 추세”라며 “감독이 필요하다고 하면 써야 한다. (기술위로서는) 막을 수도 막을 필요도 없는 일이며 긍정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력이 출중해야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면 안된다”는 단서도 달았다. 일단 외국 출신 축구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뛸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라돈치치는 이날 오전 인천문학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른 시일 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해 남아공월드컵에 한국대표로 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프로생활을 한국에서 해서 한국이 제2의 집 같으며 한국을 정말 사랑한다”며 “귀화한 뒤 대표팀에 뽑힌다면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귀화하면 쓸 한국 이름에 대해서는 “내가 ‘대부’로 여기는 인천 유나이티드 안종복 사장과 같은 성을 쓰고 싶다. 이름은 앞으로 생각해볼 것”이라고 했다. 라돈치치는 이날 한국어 질문을 통역없이 알아듣고, 간단한 답변은 한국어로 할 정도로 한국말 실력을 뽐냈다.
라돈치치는 귀화 결심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K리그에는 3명의 용병 제한이 있기 때문에, 용병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거나,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곳으로의 이적을 생각한다. 귀화하면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게 되기 때문에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3~4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국가대표가 돼 월드컵에 나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한국축구에 대해서 그는 “상당히 빠르고 거칠다는 면에서 유럽 축구와 매우 유사하다. 단점도 있다. 유럽축구는 선수도 빠르고 볼도 빠른데, 한국축구는 선수만 빠른 경향이 있다”고 평했다.
인천 구단은 조만간 법무부에 라돈치치의 귀화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라돈치치가 한국국적을 취득하면 프로축구에서는 지난 2000년 신의손(사리체프), 2003년 이성남(데니스), 2004년 이싸빅(싸빅)에 이어 네번째가 된다. 탁구에서는 중국 출신 탕나가 당예서라는 이름으로 귀화해 여자대표팀 일원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에 나간 경우가 있다. 라돈치치는 귀화하면 국내 프로리그에 국내선수로 등록할 수 있고, 본국에서 국가대표 경력이 없기 때문에 한국축구대표팀에 선발될 자격도 갖게 된다.
라돈치치는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 창단멤버로 입단한 뒤, 2005년 13골 2도움으로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올해까지 5시즌 동안 122경기에 출전해 31골 9도움주기를 기록하는 등 K리그 특급 외국인골잡이로 인정받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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