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9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FC 스렘 야코보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여자축구 준결승 경기에서 프랑스를 승부차기에서 4-3으로 물리친 뒤 환호하며 이선민 골키퍼에게 달려가고 있다. 베오그라드/연합뉴스
프랑스 꺾고 U대회 결승진출…일본과 숙명 대결
‘짧고 간결한 플레이’ 훈련으로 척박한 환경 극복
‘짧고 간결한 플레이’ 훈련으로 척박한 환경 극복
“공 차는 게 얼마나 예쁩니까!”
지난달 유니버시아드 대회 출국 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 센터에서 만난 안익수(44·왼쪽 사진) 여자축구팀 감독은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을 ‘예쁘다’고 했다. 지독한 승부사로 별명이 ‘터미네이터’지만 선수 사랑은 자식을 보듯 애틋하다. 기회만 있으면 여자축구에 관심을 끌려고 애쓰는 안 감독이 다시 일을 벌였다.
안 감독의 여자축구팀이 9일(한국시각)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5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축구 4강전에서 프랑스를 승부차기(4-3) 끝에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11일 일본과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은메달 확보는 2001년 베이징 유니버시아드 3위 이래 최고의 성적이다.
유니버시아드 출전자격은 대학생, 대학원생, 실업 2년차 선수까지다. 안 감독은 초·중·고·대학·실업까지 60여개팀에 등록선수 1500명의 척박한 환경에서 커온 18명의 여전사를 뽑았다. 등록선수만 놓고 보면 일본(4만여명), 독일(60만명), 프랑스(8만명), 미국(950만명) 등 여자축구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변이 엷다.
그러나 2주 동안의 집중적인 훈련으로 정예군을 만들었다. 안 감독은 원터치 패스 등 짧고 간결한 플레이, 속도, 좁은 공간에서의 집중력을 추구한다. 재미를 곁들인 훈련방법, 선수들과 눈을 맞춘 동료의식, 경쟁 유도로 선수단을 장악했다. 주장 황보람(대교)은 “많이 뛰지만 신나게 연습한다”고 했다.
대표팀 사령탑이기도 한 안 감독은 2011년 월드컵, 2012 올림픽에 대비한 장기구상으로 선수들을 조련하고 있다. 유니버시아드팀 수문장 이선민(대교)은 8강전과 4강전 승부차기 승리의 주역이 되면서 기존의 전민경(대교), 김정미(현대제철)에 더해 대표팀의 새로운 골키퍼 후보로 떠올랐다. 최연소 대표팀 발탁 경험이 있는 지소연(한양여대)도 더욱 다듬어지고 있다.
안익수 감독은 그동안 패스와 기본기가 좋은 일본을 여자축구 발전의 모델로 삼고 연구해 왔다. 안 감독은 “일본은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벽이었기 때문에 이번 결승전을 계기로 흐름을 바꾸겠다고 선수들이 벼르고 있다”며 “선수들을 믿는다”고 했다. 예선 첫 경기에서 독일과 남아공을 각각 4-0, 12-0으로 대파해 대회 관계자를 놀라게 한 안 감독. 그가 한국 여자축구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유니버시아드 금메달에 골인할지 주목된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안익수(44) 여자축구팀 감독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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