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대표팀 발탁 이어
올해 남은 목표는 시즌 우승
34살까지 현역선수로 활동
소탈한 성격 ‘이장님’ 별명
“얼굴 시커먼 놈, 뭔 신문에 내려고 합니까?”
인터뷰 요청에 대한 최강희(50) 전북 현대 감독의 반응은 이랬다. 텔레비전을 통해 최강희 감독을 본 사람이 있다면 삐딱한 그 표정이 연상될 것이다. 거리의 아이들처럼 시비를 거는 듯한 표정은 분명 ‘범생이’가 아니다. 그러나 5분만 얘기를 나눠보라. ‘잡초 승부사’ 최강희의 섬세한 마음씨를 알게 된다.
5일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잘나지도 않은 저를 왜?”라며 여전히 탐탁치 않은 말투다. 그러나 못날 것도 없다. 서울 우신고 최종학력의 무명선수로 28살 ‘늦깎이’에 태극마크를 달았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까지 출전한 근성의 선수. 1984년 울산 현대 창단선수로 9시즌만에 ‘200경기’ 출장기록을 세운 성실맨. 수원 삼성 코치 시절 김호 감독을 보좌해 시즌 전관왕 등을 일궜고, 2006년에는 초보 사령탑으로 전북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린 지도자. 바람 불면 눕는 풀처럼 자신을 낮추지만,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굵게 새긴 이력을 감출 수는 없다.
올 시즌 K리그에서도 ‘최풍’은 거세다. 시즌 2위로 고공비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 감독이 주목받는 것은 팀 성적보다 제자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 때문이다. 지난해 말 성남 일화가 방출한 이동국은 ‘재활공장장’ 최 감독의 손에서 보물로 재생됐다. 김상식과 최태욱이 공장장의 손길을 거치면서 재기했고, 최근 포항이 계약을 포기한 이광재와 브라질리아를 영입해 개조 작업을 준비중이다.
처음 이동국과 면담했을 때의 기억이다. “쌍둥이 딸의 아버지이고 나이가 벌써 서른이 됐다는 것을 알고는 놀랐다. 한 가정을 책임진 이동국이 앞만 보고 성실하게 뛰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만약 심신이 망가진 이동국을 거두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최 감독은 “당시 제주 유나이티드도 이동국에 관심이 있었다”며 이동국 부활의 공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사양했다.
최 감독은 휴식기마다 틈틈이 독일, 잉글랜드, 스페인 등 유럽을 찾아가 코칭 기법을 정교화해왔다. 그가 본 유럽 축구의 저력은 기본기다. “통상 유럽에서는 13살에 본격적인 축구를 해 19살이 되면 400~500경기 실전을 소화하게 된다. 반면 국내 중·고교 선수들은 2~3학년 때만 반짝 출전해 40~50경기 경험을 쌓은 것이 고작이다.”
한국 축구가 좀더 아기자기하고 빠른 패스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 최 감독은 “열심히 해서도 안된다. 미쳐야 한다”고 했다. 34살까지 현역에서 뛴 그는 “나이가 들어도 노력하면 킥, 패스, 크로스의 기술은 더 좋아진다”고 했다. 올해부터 시작된 초·중·고 리그제는 희망이다.
최 감독은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으로 올해 두 가지 목표 가운데 하나를 이뤘다고 했다. 남은 하나는 시즌 우승이다. “120% 훈련하고, 80%만 경기에서 활용해도 이긴다”는 철학을 가진 최 감독은 선수들의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 마음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팀 합숙소가 있는 곳의 지명을 따 ‘봉동 이장님’이라고도 불리는 소탈한 최 감독은 6일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 들어간다.
글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