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제1회 전국생활체육핸드볼대회에 주한외국인팀 ‘익스팻츠(EXPATS·국외거주자)’가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뉴질랜드, 나이지리아 등 15개 나라에서 온 이들은 유치원 영어강사, 대사관 직원, 정보기술분야 종사자 등 직업도 다양하다.
골키퍼가 골 피하네…반칙대신 엉덩이 톡톡
올해 처음 열린 전국 생활체육 핸드볼대회
올해 처음 열린 전국 생활체육 핸드볼대회
#1 공격수가 골키퍼와 1 대 1로 맞섰다. 공격수가 6m 라인 앞에서 번쩍 뛰어올라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골키퍼는 슛을 막기는커녕 두 팔로 얼굴을 감싸고 골문 한구석으로 줄행랑을 쳤다. 경기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2 속공을 허용한 수비수가 뒤늦게 헉헉대며 공격수를 뒤따라갔다. 공격수는 골키퍼와 1 대 1로 맞서는 상황. 수비수는 뒤에서 반칙을 하려다가 그냥 장난스럽게 공격수의 엉덩이를 톡톡 쳤다. 벤치에선 웃음이 터져나왔고, 골을 성공시킨 공격수도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지난 7~8일 이틀 동안 제1회 국민생활체육연합회장기 전국핸드볼대회가 열린 강원도 홍천실내체육관은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체육관 바깥에선 가족 단위로 먹거리 잔치가 펼쳐졌고, 체육관 안팎에선 어린이들이 뛰노는 모습도 보였다.
전북 정읍시민들이 결성한 ‘정읍핸사모’는 지난 4월4일 슈퍼마켓 주인, 건설노동자, 영업사업, 경찰관 등 40여명으로 결성됐다. 나잇대도 2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 고루 퍼져 있다. 김종성(42·자영업) 회장은 “매주 월요일마다 정일여중 체육관에 모여 몸을 풀고, 평소엔 정읍지역 핸드볼팀 서포터즈로도 활동한다”고 말했다. 그는 “핸드볼이 너무 좋아 중학교 1학년 딸도 핸드볼을 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핸드볼 불모지’ 경북 영주시에서 참가한 ‘영주OB’팀은 20년 가까이 손발을 맞춰 온 이웃사촌들이다. 이대호(40·자영업)씨는 “어릴 적 학교 다닐 때 잠깐 핸드볼을 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마다 경북도민체전에 참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주OB팀은 8강전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며 즐거워했다.
여자일반부 ‘양양군OB’팀으로 참가한 전혜영(39·양양군 양양읍)씨는 “배구와 배드민턴도 해봤지만 제 자리에 서 있는 시간이 많은데, 핸드볼은 빠르고 박진감 넘쳐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했다.
‘익스팻츠(EXPATS·국외거주자)’라는 주한외국인팀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팀을 결성한 세바스찬 루이(29)는 프랑스 핸드볼 6부리그 선수 출신이다. 첫 경기에서 다리를 크게 다친 세바스찬은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핸드볼을 통해 즐거움을 찾으면 그만”이라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핸드볼은 동네마다 클럽팀 결성이 어려워 생활체육연합회 가입이 늦어졌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동메달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가 특별히 가입을 허가했고, 노승철 군수 등 홍천군의 지원으로 첫 전국대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유동화 전국생활체육핸드볼연합회 회장은 “생활체육핸드볼계의 15년 숙원이 이뤄져 감개무량하다”며 “핸드볼 저변이 넓어질수록 핸드볼 팬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25개 팀이 참가해 남녀 일반부와 남자 대학부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경기가 펼쳐졌고, 익산레인보우(남자일반부), 작은공사랑(여자일반부), 한국체대(남자대학부)가 우승을 차지했다. 홍천/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25개 팀이 참가해 남녀 일반부와 남자 대학부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경기가 펼쳐졌고, 익산레인보우(남자일반부), 작은공사랑(여자일반부), 한국체대(남자대학부)가 우승을 차지했다. 홍천/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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