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한국 축구 요즘 너무 잘나갑니다. 클럽축구나 대표팀축구 할 것 없이. 17살 이하 월드컵에서는 아쉽게 4강에는 탈락했지만, 어린 선수들이 값진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우선 주목해야 할 대목은, 최근 성공을 이끈 지도자들입니다. 세르지오 파리아스, 홍명보, 이광종 감독 …. 모두 선수와의 소통과 호흡을 강조하는 ‘덕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한 지도자는 그러더군요. “과거 많은 일선 지도자들은 정신력과 체력만을 강조한 채 선수들로 하여금 줄곧 운동장에서 무작정 뛰게만 했어요. 요즘도 그런 지도자가 있어요.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이나 전술적 대안도 없이 선수들을 다그치고 때로는 욕설도 퍼부으며 주눅들게 하고 …. 창조적인 축구가 나올 수 없는 그런 풍토였지요.” 그런데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협회가 전문지도자 육성에 나서고 인프라가 좋아지면서 한국 축구는 밑에서부터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광종 17살 이하 대표팀 감독만 보더라도, 2000년부터 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로 임명돼 10년 동안 한 우물을 판 지도자입니다. 지도자 코스도 제대로 밟았고요. 축구협회가 체계적인 대표선수 육성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13살부터 20살까지 연령대별 대표팀을 운영하며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 하는 등 기대주들을 키워왔습니다. 또 유망주를 선발해 브라질·독일 등 축구선진국에 유학을 보내온 것도 주효하고 있습니다. 이번 17살 이하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손흥민도 동북고 1년 때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 유학을 다녀온 기대주라고 합니다. 지난해부터 K리그 구단들이 지역의 한 고교팀을 지정해 ‘유스팀’으로 직접 관리하며 육성해온 것도 축구 발전의 디딤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17살 이하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종호의 광양제철고는 전남 드래곤즈, 손흥민의 동북고는 FC서울의 유스팀입니다.
축구협회가 올해부터 전국 토너먼트대회를 폐지하고 초·중·고 주말리그를 도입한 것도 앞으로 유소년 축구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주말마다 권역별로 상대를 바꿔가며 꾸준히 경기를 치르니 선수들 기량도 나날이 성장하고, 토너먼트 대회처럼 매일 또는 하루 건너 경기를 해 선수들을 혹사시키는 일도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한국 축구 미래, 더욱 밝아 보입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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