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10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경기장에서 열린 2010 동아시아연맹축구대회 중국전이 0-3으로 끝나자 굳은 표정으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유럽파 가세하면 공격력은 배가
수비진은 대안 없어 조직력 ‘절실’
수비진은 대안 없어 조직력 ‘절실’
참패의 충격은 컸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0 동아시아연맹축구대회에서 한국이 32년 만에 중국에 참패(0-3)를 당하자, 축구협회 누리집은 분노한 네티즌들의 대량 접속으로 11일까지 마비 사태를 빚었다. 허정무 감독은 11일 회복훈련도 취소하고 자율훈련으로 대체하며 마음을 추스르기에 바빴다. 허 감독은 “선수 기용이 잘못됐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과연 어디에 문제가 있었을까? 5-0 대승을 거둔 홍콩과의 1차전에서는 상대가 워낙 약체라 드러나지 않았지만, 전력이 급상승한 중국을 맞아서는 유럽파가 없는 허정무호의 약점이 확연히 노출됐다. ■ 조용형-곽태휘의 부조화? 그동안 중앙수비는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이 주로 호흡을 맞춰왔다. 그런데 허 감독은 중국전에 오랜 공백을 깨고 복귀한 곽태휘를 조용형과 함께 중앙수비로 배치하는 실험을 했다. 하지만 곽태휘는 경기감각이 떨어지는 탓인지, 두 번씩이나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가오린의 두번째 골은 그가 공을 중앙으로 잘못 걷어내는 바람에 허용했고, 덩줘샹의 세번째 골도 마지막에 그가 뚫리면서 내줬다. 허 감독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조용형도 부진했다. 왼쪽 윙백으로 배치돼 가능성을 시험받으려 했던 이정수가 오른 무릎 부상으로 전반 15분 교체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좌우 윙백의 부진도 심각했다. 오범석은 오른쪽에서 빠른 오버래핑에 의한 날카로운 크로스 등 자신만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영표(알힐랄)의 대타인 박주호(주빌로 이와타)도 마찬가지였다. ■ 좌우 공격수 국외파 외엔 대안 없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등 국외파 말고 확실한 대안이 없는 측면 공격수 자리도 보강이 시급하다. 허 감독은 염기훈(수원 삼성)이 발가락 부상으로 빠지자 왼쪽 공격수 자리에 오장은(울산 현대)을 투입했지만 한계를 드러냈다. 오장은은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가 자기 포지션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다. 왼쪽이야 박지성, 염기훈이 맡으면 되지만, 이청용 대타가 없는 오른쪽 공격수 자리가 더욱 문제다. 김두현이 중국전에 투입됐으나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오장은-김두현 카드는 완전 실패작인 셈이다. 허 감독이 이천수(알나스르) 복귀 가능성을 자주 언급하는 것은, 발빠르고 국제경험이 풍부한 그가 옛 기량을 찾아 돌아오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활용 폭이 넓기 때문이다. ■ 이근호, 박주영 없으면 안 되나 1월 초 남아공·스페인 전지훈련에 합류하지 않았던 이근호(주빌로 이와타)의 부진도 지적된다. 이근호는 베테랑 이동국(전북 현대)과 투톱으로 선발 출장했으나 날카로운 슈팅을 한 번 보여줬을 뿐이었다.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때 박주영(AS모나코)과 찰떡호흡을 보여줬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허정무호 공격진은 기성용(셀틱) 등 유럽파가 가세하면 경쟁력이 배가된다. 하지만 일본파·국내파 위주인 수비진은 그렇지 못하다.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수비 조직력 강화가 거듭 강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참패를 쓰디쓴 보약으로 삼아야 한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