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오 카펠로(64) 감독
김경무 선임기자의 월드컵 이야기 / 2010 남아공월드컵이 임박할수록 각국 감독들은 저마다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닌가 봅니다. 부임 초기 “월드컵 본선 4강 진출이 목표”라고 큰소리를 쳤던 오카다 다케시(54) 일본 대표팀 감독. 그는 최근 세르비아전 0-3 패배 등 일본 대표팀의 평가전 부진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부 언론에서 그가 대인기피증에 우울증까지 걸린 것 아니냐고 보도해 더욱 곤혹스런 상황에 놓였습니다. ‘죽음의 G조’에 편성된 포르투갈의 카를루스 케이로스(57) 감독. 그도 최근 언론과의 회견 자리에서 심적 중압감 때문에 탈모증에 걸렸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월드컵 5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에 디디에 드로그바(첼시)가 포진한 아프리카 강호 코트디부아르까지 만나게 됐기 때문입니다. 유럽예선 1조에서의 부진도 그의 밤잠을 설치게 하고 있을 법합니다. 당대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있었지만, 포르투갈은 5승4무1패로 덴마크(6승3무1패)에 이어 조 2위로 힘겹게 남아공행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3위 스웨덴에 승점 1점 차로 앞서며 간신히 턱걸이한 것입니다.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축구대표팀 감독만큼이나 힘든 자리도 없을 겁니다. 강팀이든 약팀이든 가릴 것 없이, 전국민이 축구감독인 양 조금이라도 성적이 나쁘면 ‘전술이 잘못됐다, 용병술이 잘못됐다’며 ‘감독을 자르라’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니 말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어느 감독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명장 반열에 오를까요. 어느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중도에 보따리를 싸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누리집 통계를 보니, 그동안 18차례 월드컵 동안, 외국인 감독이 이끄는 팀이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 흥미롭더군요. 최근에만 봐도 2006 독일월드컵 때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 2002 한·일월드컵 때의 브라질의 카를루스 파헤이라,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의 프랑스의 에메 자케 등…. 모두가 자국팀을 이끌고 우승한 감독들입니다. 이번에도 우승후보 대부분은 자국 출신이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둥가(47),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60),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50), 독일의 요아힘 뢰프(50), 네덜란드의 버르트 판마르베이크(58),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리피(62) 등….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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