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스타 지소연
[36.5℃ 데이트] 여자 축구스타 지소연
누워서 ‘이미지 트레이닝’ 실제경기서 신기하게 재현
평소 수다 떨며 ‘하하호호’ 경기장에선 승부욕 무서워
“지메시 별명 부담스러워…나만의 색깔 보여주고파” “많이 알아보는 것은 좋은데, 불편하기도 해요.” 20살 이하 독일 여자월드컵의 영웅 지소연(19·한양여대)은 바쁘다. 축구협회 만찬이나 청와대 초청 같은 공식행사도 많고,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한다. 지소연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이상엽 한양여대 감독은 아예 전화기를 꺼놓았다. 10일 청와대 오찬 뒤 축구협회에서, 11일 충북 보은의 한양여대 전지훈련장에서 지소연을 잠깐씩 만날 수 있었다.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지소연은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됐다. 속리산 입구 정이품 소나무 옆 매점 주인도 지소연이 동네 모텔에 묵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2~3평의 허름한 모텔 방에서 여럿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현실은 독일 월드컵 실버볼 수상 때의 화려한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모텔에 숙소를 정해야 하는 것이 한국 여자축구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천부적으로 발랄하고 담대한 지소연이기에 “큰 불편 없어요. 우린 이렇게 살아요”라며 받아넘긴다. 귀국 뒤 선물받은 노트북으로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인터뷰를 하는 게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그런데 어떻게 골을 그렇게 잘 넣는 걸까? 지소연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들었다. 그는 “경기 전날 잘 때 천장에 내가 서 있고 상대 수비수들이 서 있는 모습을 그리면서 내가 어떤 동작을 할 것인지 새긴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장면을 연상하면 그라운드에서 똑같이 나올 때가 많다고 한다. 독일과의 4강전(1-5 패) 추격골은 이미지 트레이닝의 힘보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지소연은 “크게 지고 있어서 어떻게든 골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대 수비가 따라와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코스대로 차 넣었다”고 했다. 기뻤을까? 지소연은 “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자존심 센 지소연은 다른 스타 선수들처럼 승부욕이 강하다. 옆에 있던 20살 이하 국가대표 후배 서현숙은 “평소엔 너무 잘해주는데, 경기장에 들어가면 무서워요”라고 했다. 지소연은 “경기장 밖에서는 뭘 해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경기장 안에 들어오면 100% 축구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정신력은 유럽과 한국 선수들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다. 생활 자체가 팀에서 모두 이뤄지는 한국적 스포츠 상황에서 선수들은 그라운드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게 힘들다. 그러나 지소연은 “밖에서는 아무리 수다 떨고 잡생각이 많더라도 그라운드에 들어가면 바뀐다. 스스로 체득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천재과’라는 생각이 든다.
‘지 메시’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지소연은 “별명이 싫지는 않은데 부담스럽다. 그냥 지소연으로 불러달라. 난 나만의 축구색깔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순수함과 강한 의지는 여자축구 선수들의 특징이다. 지소연은 “체력도 타고난 것이 아니고 운동으로 만들었다. 웨이트를 빠짐없이 하는데 사실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학교 3학년 때와 고등학교 3학년 때 두 차례 오른 발목을 다쳐 수술한 기억도 아찔하다. 지소연은 “경기 중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부상이 온다. 항상 부상을 염두에 두고 뛴다”고 했다. 지소연은 지금까지 자신을 뒷바라지해온 어머니를 위해, 팀을 위해, 나라를 위해 뛰었다. 본인을 위해서라고는 단 하나도 해본 게 없다.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앞으로도 이런 생활이 계속될지 모른다. 지소연은 “내년 2월 졸업하면 미국 무대에 진출하고 싶지만, 좋아하는 팀은 없다”며 스스로 진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에이전트를 하겠다고 접촉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도 없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다가 피곤했는지, “이제 자러 가야 해요. 게임이 있거든요” 하면서 자리를 떴다. 그가 국내 실업팀에 진출하든 국외 프로팀에 진출하든 항상 즐겁게 축구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은/글·사진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평소 수다 떨며 ‘하하호호’ 경기장에선 승부욕 무서워
“지메시 별명 부담스러워…나만의 색깔 보여주고파” “많이 알아보는 것은 좋은데, 불편하기도 해요.” 20살 이하 독일 여자월드컵의 영웅 지소연(19·한양여대)은 바쁘다. 축구협회 만찬이나 청와대 초청 같은 공식행사도 많고,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한다. 지소연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이상엽 한양여대 감독은 아예 전화기를 꺼놓았다. 10일 청와대 오찬 뒤 축구협회에서, 11일 충북 보은의 한양여대 전지훈련장에서 지소연을 잠깐씩 만날 수 있었다.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지소연은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됐다. 속리산 입구 정이품 소나무 옆 매점 주인도 지소연이 동네 모텔에 묵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2~3평의 허름한 모텔 방에서 여럿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현실은 독일 월드컵 실버볼 수상 때의 화려한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모텔에 숙소를 정해야 하는 것이 한국 여자축구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천부적으로 발랄하고 담대한 지소연이기에 “큰 불편 없어요. 우린 이렇게 살아요”라며 받아넘긴다. 귀국 뒤 선물받은 노트북으로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인터뷰를 하는 게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그런데 어떻게 골을 그렇게 잘 넣는 걸까? 지소연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들었다. 그는 “경기 전날 잘 때 천장에 내가 서 있고 상대 수비수들이 서 있는 모습을 그리면서 내가 어떤 동작을 할 것인지 새긴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장면을 연상하면 그라운드에서 똑같이 나올 때가 많다고 한다. 독일과의 4강전(1-5 패) 추격골은 이미지 트레이닝의 힘보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지소연은 “크게 지고 있어서 어떻게든 골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대 수비가 따라와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코스대로 차 넣었다”고 했다. 기뻤을까? 지소연은 “지고 있었기 때문에 기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자존심 센 지소연은 다른 스타 선수들처럼 승부욕이 강하다. 옆에 있던 20살 이하 국가대표 후배 서현숙은 “평소엔 너무 잘해주는데, 경기장에 들어가면 무서워요”라고 했다. 지소연은 “경기장 밖에서는 뭘 해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경기장 안에 들어오면 100% 축구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정신력은 유럽과 한국 선수들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다. 생활 자체가 팀에서 모두 이뤄지는 한국적 스포츠 상황에서 선수들은 그라운드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게 힘들다. 그러나 지소연은 “밖에서는 아무리 수다 떨고 잡생각이 많더라도 그라운드에 들어가면 바뀐다. 스스로 체득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천재과’라는 생각이 든다.
‘지 메시’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지소연은 “별명이 싫지는 않은데 부담스럽다. 그냥 지소연으로 불러달라. 난 나만의 축구색깔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순수함과 강한 의지는 여자축구 선수들의 특징이다. 지소연은 “체력도 타고난 것이 아니고 운동으로 만들었다. 웨이트를 빠짐없이 하는데 사실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학교 3학년 때와 고등학교 3학년 때 두 차례 오른 발목을 다쳐 수술한 기억도 아찔하다. 지소연은 “경기 중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부상이 온다. 항상 부상을 염두에 두고 뛴다”고 했다. 지소연은 지금까지 자신을 뒷바라지해온 어머니를 위해, 팀을 위해, 나라를 위해 뛰었다. 본인을 위해서라고는 단 하나도 해본 게 없다.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앞으로도 이런 생활이 계속될지 모른다. 지소연은 “내년 2월 졸업하면 미국 무대에 진출하고 싶지만, 좋아하는 팀은 없다”며 스스로 진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에이전트를 하겠다고 접촉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도 없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다가 피곤했는지, “이제 자러 가야 해요. 게임이 있거든요” 하면서 자리를 떴다. 그가 국내 실업팀에 진출하든 국외 프로팀에 진출하든 항상 즐겁게 축구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은/글·사진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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