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조광래 감독님이 팀을 맡으신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주전급 선수들을 자주 불러 모아 조직력을 극대화해 아시안컵에 준비하고 싶으신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 막 시즌에 돌입한 해외파 선수들, 특히 팀내 주전경쟁을 펼치고 있는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차두리, 박주영 등 이미 검증이 끝난 선수들을 무리하게 불러 모으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 게임 뛰러 열몇 시간씩 왕복으로 왔다갔다 하면 선수들한테 얼마나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데…. 박지성 같은 선수들은 소속팀내 입지나 미래를 위해서라도 친선경기에서는 부름을 좀 자제했으면 좋겠네요.”
요즘 대한축구협회 누리집을 보면, 부임 초기 친선경기에 해외파를 대거 불러들이는 조광래 감독에 대해 이런 요구를 하는 팬들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감독은 8월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친선경기에도 2010~2011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14일)을 코앞에 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 등을 모두 불러들였습니다. 2-1로 승리해 조 감독으로서는 데뷔전을 멋지게 장식했지만, 중요한 A매치도 아닌데 차출되는 바람에 박지성은 16일 뉴캐슬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아예 출전선수 명단에서 제외됐고, 이청용은 14일 풀럼과의 시즌 첫 경기에 선발 출장했으나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A매치가 있으면 클럽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대표팀 차출 규정에 따라 선수들을 각국 대표팀에 내줘야 합니다. 친선경기의 경우, 경기 시작 48시간 전에 클럽에서 선수를 풀어줘야 합니다. 7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친선경기에도 유럽파들이 대부분 차출됐습니다.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3일 시작되는 유로 2012 예선과 A매치 데이 등 일정 때문에 한동안 쉬고 11일 재개되는데, 박지성이나 이청용은 이번 이란전에서 풀타임 뛰게 되면 시차적응 때문에 그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 감독이 부임 초기 신예들을 대거 발탁하고 박지성 등 베테랑들과 호흡을 맞추게 하는 등 열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뭐 큰 타이틀이 걸린 것도 아닌 친선경기에 너무 자주 해외파를 불러들이는 것은 의욕 과잉이 아닌가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어린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을 발굴해 감독님의 축구색깔을 입혀나가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어느 열성 팬의 주장을 조 감독은 한번 귀기울여봐도 좋을 듯싶습니다.
김경무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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