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조광래 감독이 일본과의 4강전에 앞서 승부차기 연습을 시켰는데, 구자철, 이용래, 홍정호가 제일 잘 찼다네요. 그래서 감독이 일본전에서 이들 3명을 먼저 차게 했는데 줄줄이 실축하고 말았으니…. 경기 뒤 조 감독과 통화했는데, 매우 안타까워하면서도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더군요.”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방송에 복귀한 신문선 <엠비시(MBC) 스포츠+> 해설위원이 26일 전한 말입니다. 신 위원은 “이란과의 8강전에서 선수들이 ‘오버워크’한 것 때문에 일본에 발목을 잡힌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아시아축구 ‘맹주’를 가리는 아시안컵에서, 그동안 맹주를 자처해온 한국 축구가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만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2002 한·일월드컵 4강 진출 쾌거 이후 벌써 세번째 아시아 무대 정상 도전 끝에 또다시 실패를 맛봤으니, 한국 축구의 ‘아시안컵 잔혹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2015년 호주에서 열리는 16회 대회까지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할 판입니다.
남자축구대표팀이 주요 국제대회에서 가장 최근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게 언제인가 찾아봤더니 무려 25년 전이더군요. 19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 결승에서 조광래와 ‘총알’ 변병주의 골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꺾고 우승한 뒤로는 없습니다. 이미 월드컵 무대에서는 4강까지 올라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는 한국 축구의 이런 결과는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러나 ‘한국 축구 세계화’를 선언한 조광래 감독이 짧은 조련 기간에도 기대주들을 발굴하고 조련해내 스페인식 패싱게임으로 팬들을 감동시킨 점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매우 고무적입니다. 특히 공격 부문에서 구자철(22·제주 유나이티드)을 ‘섀도 스트라이커’로 성공적으로 변신시키고, 기성용(22·셀틱)의 더블볼란치 파트너로 이용래(25·수원 삼성)를 발굴해낸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앞으로 문제는 수비인데, 조 감독도 이번 아시안컵 5경기를 통해 문제점을 절실히 느꼈으니 좋은 대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붙박이 왼쪽 윙백으로 활약하던 이영표(34·알힐랄)가 일본전 뒤 대표팀 은퇴 뜻을 나타내면서 그의 바통을 누가 이어받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러나 마땅한 대타가 떠오르지 않으니 답답합니다. 오른쪽 윙백에는 차두리(31·셀틱) 후계자로 발 빠르고 오버래핑이 좋은 최효진(28·상무)이 대기하고 있어 다행입니다.
중앙 수비 자원의 확보가 발등의 불입니다. 조용형(28·알라이안) 말고는 이정수(31·알사드), 곽태휘(30·교토상가), 황재원(30·수원 삼성) 등이 모두 노장들이어서 브라질월드컵까지 끌고 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중앙 수비의 성공적 세대교체. 아시안컵 뒤 조광래 감독이 우선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kkm100@hani.co.kr
중앙 수비 자원의 확보가 발등의 불입니다. 조용형(28·알라이안) 말고는 이정수(31·알사드), 곽태휘(30·교토상가), 황재원(30·수원 삼성) 등이 모두 노장들이어서 브라질월드컵까지 끌고 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중앙 수비의 성공적 세대교체. 아시안컵 뒤 조광래 감독이 우선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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