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축구협회에 사무총장을 두지 않는 것은 정관에 위배된다는 사실 아세요?” 지난달 대한축구협회에 갔다가 한 직원을 만났는데 “1월13일치 스포츠 오디세이(정몽준 낙선 이후…)를 잘 읽었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며 이렇게 귀띔하더군요. 그는 요즘 축구협회 내부적으로 문제가 적지 않다며 여러 얘기를 전해줬습니다. 그러면서 노보에 그런 문제점을 조만간 제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나온 노보를 살펴봤더니, 협회의 내부 실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2009년 1월 제51대 대한축구협회 집행부가 들어섰다. 우리 노조도 대기업 회장이나 정치인이 아닌 축구인 출신 축구협회장이 진심으로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에, 지난 2년 동안 가급적 비판을 자제하고 꾸준한 대안 제시로 선진 축구행정을 위해 동참했다. 하지만 임기 4년 중 절반이 지난 지금 중간 결산을 해보면 51대 집행부가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포용을 통한 화합, 발전을 향한 변화’라는 슬로건이 얼마나 공허한 메아리였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이슈/기획 이러쿵저러쿵’에 올라온 글의 일부입니다.
이 글은 조 회장이 선거공약으로 ‘축구 발전의 뜻을 같이하는 유능한 인사의 적극 영입’을 내세웠으나, “유능한 인사의 영입은커녕, 작은 비판의 목소리도 듣지 않고, 권력은 회장 측근 경기인에게 편중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 회장이) 최근 2년 연속 인사위원회를 무력화시켜 임직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2010년에는 인사위원회에서 통과된 승진 대상자 22명 가운데 단 한 명만 승진시키더니, 2011년에는 31명 중 9명만 승진시켰다. 기존 ‘정몽준 집행부’에서 인사위원회 검토를 거친 승진 대상자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승진시키던 ‘관례’를, 조 회장 취임 이후 두 차례나 깬 것이다.” 노보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안에서 들끓고 있는 축구협회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들입니다.
조 회장 취임 이후 축구협회는 각급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대회에서 잇따라 좋은 성적을 내면서 다수의 스폰서 확보 등 여러 면에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습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년 예산이 1000억원대를 넘어섰습니다. 이 정도면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다른 경기단체들에 견줘 ‘공룡’ 협회나 다름없다고 할 것입니다. 정몽준 전 회장이 1993년 취임할 당시 1년 예산이 35억원대였던 것을 보면 어마어마한 발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럴수록 그에 걸맞은 협회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모양입니다.
지도자 시절부터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해 논란이 된 조 회장. 경기인 출신 첫 한국 축구 수장인 그의 귀와 마음이 활짝 열려야 한국 축구도 대내외적으로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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