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밖 풍파…모리뉴·퍼거슨 ‘독설명장’
모리뉴 “영국서 감독 제안”
현 영국감독 “결례되는 발언”
퍼거슨, 소속 선수 부상에
“친선경기는 시간낭비일 뿐”
현 영국감독 “결례되는 발언”
퍼거슨, 소속 선수 부상에
“친선경기는 시간낭비일 뿐”
두 축구 명장의 ‘세치 혀’가 또다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조제 모리뉴(48) 레알 마드리드 감독과 앨릭스 퍼거슨(7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뉴스메이커인 둘의 발언은 상대방이 어찌 생각하건 말건 거침이 없다. 워낙 영향력도 커 당하는 쪽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모리뉴 감독은 최근 프랑스 <레퀴프>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스티브 매클래런 잉글랜드대표팀 감독 후임으로 내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의 첫번째 선택이었다”고 말해 잉글랜드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당장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대표팀 사령탑이 발끈하고 나섰다. 그는 “나는 클럽이나 다른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며 “모리뉴가 큰 결례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잉글랜드는 유로 2008 본선진출 실패 뒤 매클래런 감독을 경질하고 카펠로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줬고, 그는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부진에도 현재까지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리뉴 감독은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카펠로에 앞서 나에게 감독직을 먼저 제안했고, 막판 심정의 변화를 일으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카펠로 감독의 자존심을 긁어놓는 발언이다. 애초부터 카펠로를 지목했다고 했다가 모리뉴 감독의 역공을 받은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즉각 모리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모리뉴 감독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나는 주위에 널려 있는 시시한 감독이 아니다. 나를 오만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유럽의 챔피언이고, 내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면서도 FC포르투, 첼시, 인터밀란 등 사령탑으로 숱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모리뉴 감독의 어록에서 주변엔 신경쓰지 않고 할 말은 한다는 고집스런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퍼거슨 감독도 독설을 퍼부었다. 28일 잉글랜드와 가나의 친선경기(1-1)에 앞서 그는 “국가대표간 친선경기는 가치 없는 연습경기이고, 시간낭비다”라고 미국 디지털 방송인 <시리우스 XM>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대표팀간 경기를 주관하는 잉글랜드축구협회와 국제축구연맹(FIFA)까지 겨냥한 가시 돋친 발언이다.
퍼거슨 감독은 “친선경기는 대표팀 소집에 응하지 않는 선수들에 의해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선수들은 유럽축구선수권대회나 월드컵 등 비중이 큰 국제대회에서 플레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전선수들이 6~7명 빠지는 친선경기는 감독에게는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이처럼 강하게 A매치를 비판한 것은, 맨유 주전 미드필더인 대런 플레처(24)가 스코틀랜드의 크로아티아와의 친선경기에 부상을 당해 전력에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앞서 퍼거슨 감독은 이달 초 첼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1-2로 패한 뒤 주심을 비난해 3경기 출장정지와 3만파운드(5500만원) 벌금의 중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명장인 둘의 세치 혀를 통제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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