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기자의 무회전킥
김경무 기자의 무회전킥/
2년 전 일이다. 당시 한국 축구는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과 평가전을 치르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2009 20살 이하 월드컵 본선(9~10월·이집트)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허정무 감독의 성인대표팀 핵심 미드필더인 기성용은 20살 이하 대표팀에서도 중추적 몫을 할 선수로 주목을 끌었다. 그래서 홍명보 20살 이하 대표팀 감독은 그의 중복 차출을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성인대표팀 주전이 한 단계 아래 대표팀에 내려가 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축구협회(기술위원회)의 판단 때문이었다.
올해도 이때와 비슷하게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각각 열릴 예정인데, 두 대표팀에 양다리를 걸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져 두팀 감독 사이에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미드필더 김보경(22·세레소 오사카)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 윤빛가람(21·경남FC), 골잡이 지동원(20·전남 드래곤즈), 수비수 김영권(21·오미야 아르디자) 홍정호(22·제주 유나이티드) 등이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23살 이하) 감독은, 이들이 조광래 감독의 대표팀에 핵심적 선수임에도, 다가올 평가전과 올림픽 2차 예선 차출을 강력히 원했다. 그러나 조 감독은 “올림픽축구가 뭐 그리 대단하냐”는 소신에 중복 차출에 반대의 뜻을 밝혀왔다. 그러자 기술위원회(위원장 이회택)가 최근 중재안을 내놨다. 홍 감독이 김보경, 구자철, 지동원 등 3명에 한해 6월1일(저녁 7시·강릉종합운동장) 오만과의 평가전에 차출해 쓰도록 한 것이다. 올림픽팀은 이후 19일(오후 3시·서울월드컵경기장)과 23일(원정) 요르단과 올림픽 2차 예선을 벌여야 한다.
기술위 독단적 결정에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해성 전남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이든 A대표팀이든 한쪽만 뛰도록 해야 한다. 소속팀 경기 등 빡빡한 일정에 선수가 혹사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부 언론을 통해 우려를 표명했다. 세르비아(6월3일), 가나(6월7일)와의 평가전을 앞둔 조광래 감독도 선수 선발권에 관한 기술위의 이런 월권에 매우 열을 받은 상태이지만, 축구협회 실세들과 대척관계에 있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 그래서 조 감독은 대안으로 이동국(32·전북 현대)과 정조국(27·오세르) 중 한명의 발탁을 고심하고 있고, 이천수(30·오미야) 카드까지 고려하다 폐기했다.
올림픽축구도 중요한 국제대회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월드컵을 고려해 대표팀 선수를 관리하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 기술위도 올 초 ‘성인(A)대표팀 우선’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오락가락하고 어정쩡한 대안을 내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이나 남미 등 축구 강국들은 올림픽을 중요시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기술위는 대표팀 핵심 선수들을 올림픽대표팀에까지 내려보내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하고 있다. 두곳을 오락가락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도 득이 될 리도 없다. 김경무 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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