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기자의 무회전킥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축구대표팀 평가전(A매치)은 으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기 일쑤였다. 축구협회가 관중수입 등 마케팅적 측면이나 상대팀의 이동 편리성을 고려해 서울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물론 수도권인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가끔 자리를 옮겨 연 적도 있다. 그래서 수도권 이외 지역의 축구팬들이 성인대표팀 경기를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지난 7일 저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A매치가 열렸는데 그 열기는 정말 대단했다. 9월 시작되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 대비해 조광래 감독의 축구대표팀이 가나와 벌인 평가전을 찾은 관중은 무려 4만1271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만석이었다. 아주 크지 않은 축구 전용경기장으로 지어진 전주월드컵경기장 주변은 경기 수시간 전부터 북적거렸고, 경기 시작 40분 전 태극전사들이 몸을 풀려고 입장할 때는 스탠드가 떠나갈 듯한 박수와 격려가 이어졌다. 선수 한명 한명 소개될 때마다 오랜만에 간판스타들을 직접 보게 된 전주 관중들은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라도 하듯 목이 터지도록 선수 이름을 연호했다. 지난 3일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4만876명)보다 더 많았다.
한일월드컵 개최를 위해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생기고 도대체 A매치가 몇번이나, 그리고 얼마나 오랜만에 이곳에서 열렸는지 찾아보고는 너무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평가전은 2005년 8월4일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한국과 북한(0-0)의 경기 이후 무려 6년 만이었다. 그리고 2001년 11월8일, 거스 히딩크 감독의 축구대표팀이 세네갈과 평가전(0-1 패)을 치른 뒤 고작 세번째였다.
물론 전주에는 K리그 강호 전북 현대가 있어 팬들은 자주 프로축구 경기를 즐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박주영(AS모나코),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등 유럽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그라운드 모습을 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이후, 이번을 빼고 축구대표팀 친선경기가 국내에서 모두 5번 열렸는데, 4번이 서울, 1번은 수원이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 서울이나 수원 이외의 곳에서 친선경기가 치러진 것은 딱 한번뿐이었다. 2007년 6월29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이라크 경기(3-0 승)다.
이번 전주 경기를 통해 지방 축구팬들의 A매치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기가 새삼 확인된 만큼, 서울과 수원에서 벗어나 각 지역에서의 A매치 개최가 확산됐으면 한다. 축구협회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하고 지난 4월 간부회의에서 A매치의 지방 순환 개최 방침을 정했다고 하니 기대해볼 일이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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