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월드컵 인연 ‘불운’
올 K리그 16골 ‘재 전성기’
오른·왼발·머리 고루 득점
물오른 도움 능력도 강점
브라질대회 출전 의욕비춰
올 K리그 16골 ‘재 전성기’
오른·왼발·머리 고루 득점
물오른 도움 능력도 강점
브라질대회 출전 의욕비춰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에 있어 이동국(32·전북 현대)만큼 불운과 비운으로 점철된 스타가 또 있을까? 만 18살이던 1997년 당시 차범근 월드컵축구대표팀 감독에 의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 때만 해도, 그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전도양양한 청년이었다. 1998년 6월20일(현지시각) 마르세유 벨로드롬 스타디움에서 열린 19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 E조 조별리그 네덜란드와의 2차전은 가공할 잠재력을 알리는 무대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네덜란드에 0-3으로 지고 있던 후반 32분 서정원과 교체 투입돼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그는 시원한 중거리포 한방으로 팬들에게 한줄기 위안이 됐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이동국의 존재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한국 축구가 2002, 2006, 2010 월드컵 본선에 연이어 진출할 때 아웃사이더로 전락했고, 한번도 실력에 걸맞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감독들의 외면, 부상 악연 때문이었다.
그런 이동국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 조광래 감독의 축구대표팀이 7일(저녁 8시·서울월드컵경기장) 벌이는 폴란드와의 평가전이 시험무대다. 조 감독은 올해 K리그에서 절정의 골감각을 보이고 있는 그를 원톱으로 기용할 뜻을 비쳤다. 과연 이동국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 질기게 따라붙는 시련의 연속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2 한·일월드컵 때 이동국은 떠오르던 신예 차두리에게 밀려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고, 먼발치에서 4강 신화를 지켜봐야 했다. 탁월한 골감각을 지니고 있었지만, 체력과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중시하던 히딩크 감독은 그를 외면했다.
이동국은 네덜란드 출신 딕 아드보카트가 사령탑을 맡은 2006 독일월드컵 대표팀에서 부활했지만 본선을 코앞에 두고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으로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허정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0 남아공월드컵 때는 최종 엔트리에 들었으나, 박주영·이청용 등에게 밀려 벤치신세를 져야 했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는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16분 김재성 대신 투입돼 반전의 기회를 잡기도 했다. 그러나 막판 박지성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뒤 벌칙구역 오른쪽에서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서는 기회를 맞았지만 부정확한 슈팅으로 땅을 쳐야 했다. 이동국의 월드컵 인연도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였다.
■ 왜 다시 이동국인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 30대 중반이 되는 이동국이 1년4개월여 만에 다시 대표팀에 호출된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 조광래 감독은 이동국의 발탁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치르고 있는 대표팀에 이동국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다. 공격의 핵 박주영(26·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좀처럼 출장기회를 잡지 못하는 등 실전감각이 떨어져 있다. 지동원(20·선덜랜드)도 비슷한 상황이다. 몸놀림이 경쾌해진 이동국은 올해 K리그에서 총 16골을 터뜨리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동국은 골지역에서 기회만 오면 머리면 머리, 발이면 발로 골을 만들어내는 등 탁월한 골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발잡이이지만 오른발(7골), 왼발(6골), 헤딩(3골)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골을 작렬시킨다. 올 시즌에는 정규리그 15도움주기로 한 시즌 최다 도움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동국은 지난 4일 대표팀에 합류하며 “몸 관리만 잘하면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내다볼 수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신문선 해설위원은 “이동국은 골도 골이지만 예전보다 많이 움직이며 동료들에게 골기회를 만들어주는 등 배려가 많아졌다”며 “이동국의 가세로 대표팀 공격 패턴도 다양해지고, 박주영·지동원 등 신예들과의 주전경쟁도 불가피해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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