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김호곤·귀네슈 물망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고 한다. 성적을 못 내거나 부진하면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그런 위험한 자리다. 8일 전격 경질된 조광래 감독의 바통을 이어 누가 대표팀 사령탑에 오를지가 이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11월15일 레바논전 1-2 참패 이후 조 감독 경질 논의가 이뤄졌다. 후임 감독은 전체 틀 안에서 검토 단계다. 12월 중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영입을 제안한 사람은 아직 없다고 했다. 그러나 레바논전 참패 이후 감독 경질론이 불거진 마당에 이미 축구협회가 여러 감독 후보를 올려놓고 저울질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국 전무는 “내년 2월29일 쿠웨이트전에서 아시아 3차 예선을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주안점이다. 사실상 한국 축구를 잘 아는 사람을 찾아야 할 것이다. 꼭 국내다, 국외다 할 수 없는 게 제 입장”이라고 했다.
어쨌든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시간이 촉박하다는 게 감독 선임에 중요한 결정요소다. 국내파 가운데는 올해 K리그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십 우승을 이끈 최강희(52) 전북 현대 감독을 비롯해, 홍명보(42)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은 “나는 대상자가 아니다. 이야기하자면 길다. 능력도 모자라지만 여러가지 사정이 많다”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일각에서는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는 게 좋지 않으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 네덜란드 출신 핌 베어벡이 1년간 두 팀 감독을 겸임한 사례가 있다. 국내파 중에는 올해 울산 현대의 챔피언십 돌풍을 일으킨 김호곤(60) 감독도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는 정몽준 회장 시절 축구협회 전무를 지냈고, 선수 시절 수비수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올해 울산은 K리그 6위를 차지했지만 김 감독의 지휘 아래 30경기 29실점으로 최소실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외국인 감독으로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비디오 분석관을 지낸 압신 고트비가 거론되고 있으나 부적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는 자국의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현재는 일본 J리그 시미즈 에스(S)펄스 감독을 맡고 있다. 축구협회가 지한파를 물색하는 만큼, FC서울 감독을 지낸 세뇰 귀네슈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는 터키 프로축구 트라브존스포르를 이끌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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