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축구 기술위, 외부에 흔들리면 안돼”

조광래 대표팀 전 감독, 기자회견서 쓴소리
“축구발전 밀알 될것”…조중연 회장엔 서운함
박태하 코치 등 함께 나와 ‘불화 없었다’ 증언

“우리 국가대표팀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위대한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성원하겠다.”

8일 전격 경질된 조광래(57)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다면 밀알이 되는 심정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지난 7월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뒤 1년6개월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경질 통보를 받으니 황망했다. 국민 여러분에게 혼란을 줘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날 회견에는 그와 그동안 동고동락했던 박태하 수석코치, 김현태 골키퍼 코치, 서정원 코치, 브라질 출신의 가마 코치 등이 배석했다. 뒤에서 그의 조언자 노릇을 한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사회를 봤다. 조 감독은 “그토록 사랑했던 한국대표팀을 지휘했던 사람으로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섰다. 중도하차의 아쉬움이 너무 크다. 그래도 제 불찰 때문이다. 귀중한 보약으로 삼아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표팀을 맡으며 한국축구 선진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지금까지 한국축구가 하지 않고 포기했던 부분을 중심으로 선진화에 애를 썼다. 힘든 길이라고 가지 않으면 한국축구의 미래는 없다는 신념은 언제나 똑같다”고 했다.

조 감독은 “사랑하는 후배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고언도 하겠다”며 “한국축구 발전에 기술파트는 중요하다. 기술위원회가 외부 영향에 흔들리면 안 된다. 강단 있게 독립적으로 기술위를 운영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중연 축구협회 회장에 대해서는 서운함도 표했다. “물론 허승표 회장(전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과 친하다. 어릴 적부터 큰형님으로 모셨다. 조 회장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경질) 결정 내릴 때 한번 얘기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에 냉혹하게 이런 결정을 내려 아쉽다.” 그는 이어 “마지막으로 정말 아쉬운 부분은, 기술위원들한테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 질타받아보고, 눈물 날 정도로 비판받아봤으면 했다. 그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 그는 “특별한 계획은 생각하지 못했다. 어딜 가나 한국축구가 더 높은 수준에서 더 높은 경기 내용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도자로서 더 준비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날 회견에서 박태하 수석코치 등은 일부 언론에서 대표팀 내 갈등을 지적한 데 대해서도 해명했다. 박 코치는 “저도 아니다 싶으면 감독님에게 얘기한다. 아마 그런 부분이 코칭스태프 갈등으로 비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서정원 코치는 “일부에서 대표팀 선수들의 불화설을 제기하는데 말도 안 된다”며 “주전에서 밀리면 불만이 생길 수 있고 그런 모습이 외부에선 불화로 보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조 감독의 경남FC 사령탑 시절 그와 인연을 맺었던 가마 코치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 대표팀은 한 싸움에서 진 것이지 전쟁터에서 진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모든 어려움도 있었지만 대표팀은 잘 이겨내고 원정 가서도 잘했다. 이렇게 끝났지만 조광래 감독께 감사한다.”

김경무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