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올 시즌 K리그 초반, 상반된 성격의 두 팀이 강세다. 각각 ‘무공해축구’와 ‘비빔밥축구’를 표방한 FC서울과 광주FC다. FC서울은 지에스(GS)를 모그룹으로 하는 대표적 ‘기업형 구단’이고, 광주FC는 2010년 12월 창단된 ‘시민구단’이다. 무공해축구는, 최용수 감독이 내세운 화끈한 공격축구의 전형이다. ‘무조건 공격해’와 ‘페어플레이’라는 두가지 뜻을 담고 있다. 최만희 감독이 내건 비빔밥축구는, 팀에 특급스타는 없지만 고교와 대학시절 유망주로 이름을 떨쳤던 ‘고만고만한’ 선수로 환상의 조화를 이뤄 맛있는 비빔밥 같은 플레이를 펼쳐보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일요일 4라운드까지 마친 결과, 두 팀은 나란히 3승1무(승점 10)로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골득실차에서 FC서울이 앞서 단독선두일 뿐, 2위 광주FC와 큰 차이는 없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콜롬비아 특급’ 몰리나를 영입하는 등 팀 전력을 더욱 극대화시킨 FC서울의 돌풍이야 이미 예견된 것이다. 하지만 광주FC의 초반 선전은 예상 밖이다.
광주FC는 리그 데뷔 첫해인 지난 시즌 16팀 중 11위로 선전했다. 9승8무13패. 역대 신생 시·도민구단이 거둔 성적 중 최고였다. 특히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성남과의 두차례 대결에서 모두 이기는 등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 이들의 기세는 더욱 하늘을 찌를 듯하다. 특히 지난 18일 에스케이텔레콤이 후원하는 기업형 구단인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안방경기에서는 1-2로 뒤지다가 막판 2골을 폭발시키는 저력으로 3-2 짜릿한 역전드라마를 일궈내기도 했다.
광주FC 돌풍을 창조한 최만희(56) 감독은 1980년 고교축구(풍생고) 지도자로 출발해 프로축구 지휘봉까지 잡은 입지전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구대 출신 수비형 미드필더 김은선, 수원대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임선영 등 무명들을 잘 조련시켜 비빔밥축구의 매운맛을 보여주고 있다. 브라질 출신 포워드 주앙 파울로와 슈바, 몬테네그로 출신 공격수 복이의 활약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주앙 파울로는 4경기 3골로 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2m01로 최장신인 복이는 골맛은 보지 못하고 있지만 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난해 K리그 신인상에 빛나는 중앙 미드필더 이승기의 존재감도 묵직하다.
“스티브 잡스가 정보기술(IT) 혁명을 일으킨 것처럼 우리도 프로축구 혁명을 일으키고 싶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린 ‘할 수 있다’는 마음이다. 지난해에는 촌닭처럼 생각 없이 마냥 뛰기만 했다. 그런데 올해는 여유도 생겼고 만들어낼 줄도 안다.” ‘신생팀 명조련사’로 우뚝 선 최만희 감독의 열정이 K리그 판을 뒤흔들고 있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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