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축구 경기에서는 흔히 전술, 체력, 기술, 심리 등 4가지 요소가 매우 중요하며, 이것들이 승부를 좌우한다고 한다. 이 중 한가지만 부족해도 팀 전력은 약화돼 성적이 곤두박질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2012 시즌 6라운드를 마친 K리그에서 밑바닥권으로 추락한 전통의 강호 성남 일화에는 과연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성남은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지난해 축구협회(FA) 제패 등에서 볼 수 있듯이 K리그 전통의 강호다. 신 감독은 선수 시절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렸을 만큼, 두뇌 회전이 빠르다. 2009년부터 성남 지휘봉을 잡은 뒤로는 팀을 잘 이끌어왔다. 그런데 ‘신공’(신나게 공격)을 표방하고 의욕적으로 나선 이번 시즌 들어서는 아주 곤혹스런 처지에 놓여 있다. K리그에서 1승1무4패로 16개 팀 중 15위로 처져 있다. 6전 전패를 당한 유상철 감독의 대전 시티즌 때문에 간신히 꼴찌를 면한 상황이다. 막강한 공격력에도 5득점에 그쳤고, 11골이나 내줬다. 지난 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안방경기에서도 0-2로 지고 말았다. 신 감독은 “마가 낀 것 같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신 감독은 특히 잇단 ‘골대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후반 25분 교체 투입된 한상운의 슛이 두번씩이나 골대를 맞은 것이다. “경기 내용이 나쁘면 선수들을 혼내겠지만 경기 내용은 괜찮은데 골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정말 답답하다.” 그의 하소연이다. 이전 경기에서도 골대를 맞히는 불운이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골대 불운은 핑계일 뿐’이라는 게 축구 전문가들의 견해다. 득점력 빈곤 등 경기력 저하에는 팀내 단합 등 심리적 요소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윤빛가람·한상운 등 이적생과 새로운 용병들이 아직 팀에 완전 녹아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재훈 K리그 경기감독관은 다른 분석을 내놨다. “내년 시행되는 승강제 영향 때문인지 요즘 팀들이 고전적인 ‘뻥축구’를 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 브라질 용병을 보유한 팀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 같다.”
성남 주전 멤버는 화려하다. 대표팀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중원에 가세했고, 지난해 부산 아이파크에서 K리그 최고의 왼발을 선보였던 한상운도 공격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브라질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에벨찡요와 에벨톤, 세르비아 출신 골잡이 요반치치 등 외국인 선수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전북 현대의 ‘닥공’ 대항마로서 ‘신공’을 표방한 신 감독의 축구가 다시 힘을 내 K리그의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경무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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