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순간. ‘스페셜 원’(특별한 사람)을 자처해온 조제 모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마치 기도라도 하듯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골문 쪽을 응시했다. 승부차기 상대 5번째 키커는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그가 골을 넣으면 바이에른 뮌헨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슈바인슈타이거는 침착한 슛으로 골문 왼쪽을 갈랐고, 사색이 된 모리뉴 감독은 허탈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2003~2004 시즌 FC포르투(포르투갈)에서, 2009~2010 시즌엔 인터밀란(이탈리아)에서 사령탑으로 챔피언스리그 정상 감격을 맛봤던 ‘명장’ 모리뉴. 그의 ‘3개 클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견인 야망은 그렇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5일(현지시각) 밤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최종 2차전. 통산 10회 우승을 노리던 레알 마드리드는 바이에른 뮌헨을 전·후반 2-1로 눌렀다. 그러나 합계 전적 3-3으로 연장전을 벌여야 했고 끝내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는 뮌헨이 3-1로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레알은 첫번째와 두번째 키커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카의 슛이 뮌헨의 명수문장 마누엘 노이어(1m93)의 선방에 잇따라 막혔다. 뮌헨도 3·4번째 키커의 슛이 레알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에 걸려 위기를 맞는가 싶었으나, 레알의 4번째 키커 세르히오 라모스가 공중으로 슛을 날려버리는 바람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기 뒤 모리뉴 감독은 “나는 괜찮다. 선수들이 더 슬플 것이다. 이것이 축구다. 우리 선수들은 좋은 팀을 상대로 환상적으로 플레이했다. 힘이 약간 달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레알 마드리드는 나흘 전 FC바르셀로나와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주전들을 총동원해 격전을 치렀다. 반면, 리그 2위로 밀린 뮌헨은 주말 리그경기에서 주전들의 체력을 비축했다. 승부차기 패배와 관련해서는 “리오넬 메시와 호날두 같은 최고의 선수들도 실수를 한다. 축구는 그런 것이고, 그것이 인생이다”라며 “다음 시즌엔 반드시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바이에른 뮌헨은 5월20일(새벽 3시45분) 안방에서 첼시와 우승을 다투게 됐다. 통산 4회 우승을 차지한 뮌헨은 2000~2001 시즌 우승 이후 11년 만의 정상 탈환 기회를 잡았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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