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선발이 아니라니…, 믿을 수 없다.”
지난 5일(현지시각)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의 2012~20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맨유의 간판공격수였던 웨인 루니(28)가 벤치 신세로 밀리자, 그의 아내인 콜린 루니는 이런 글을 트위터에 띄워 파장을 일으켰다. 글이 순식간에 퍼져 나가자 아내는 20분 뒤 “축구를 많이 알지 못해 더는 말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남편이 빅매치에서 뛰는 것에 매우 흥분해 있었다. 그가 출전할 것을 바란다”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맨유가 1-2로 져 8강 진출에 실패한 이날 경기에서 루니는 줄곧 벤치에 앉아 있다가 후반 28분이 돼서야 미드필더 톰 클레벌리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루이스 나니가 퇴장당한데다 승부가 레알 쪽으로 기울어 있어, 별 힘도 쓰지 못했다. 루니의 대굴욕이었다. 이번 시즌 이미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는 네덜란드 출신 로빈 판페르시(30)에게 내준 지 오래다. 판페르시가 정규리그 28라운드 동안 25경기 선발 출장, 3경기 교체 출장하며 19골로 리그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는 반면, 루니는 11골로 공동 9위로 처져 있다. 16경기에 선발로 나왔고, 4경기에 교체 투입됐다. 8경기는 아예 나오지도 못했다. 루니는 하다못해 최근엔 23살 신예 대니 웰벡한테도 밀리는 지경이다. 웰벡은 리그 10경기에 루니를 밀어내고 선발 출장하며 감독의 신임을 쌓아가고 있다. 멕시코 출신 치차리토(25)도 루니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72살인 앨릭스 퍼거슨 감독은 1986년 맨유 사령탑을 맡은 뒤 무려 27년간 지휘봉을 잡으며 절대권력을 행사해왔다. 그한테 한번 찍히면 끝장이다. 보따리를 싸고 다른 팀을 물색하는 게 낫다. 박지성도 그랬다. 루니는 시즌 전 컨디션 조절 실패, 감독과의 잦은 충돌로 퍼거슨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니는 에버턴 아카데미 출신으로 2002년 만 16살 나이에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골을 작렬시키며 전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축구신동이다. 이후 2004년 3000만파운드의 이적료에 에버턴에서 맨유로 전격 스카우트돼 팀의 간판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맨유 공격의 ‘상징’이다.
그러나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인 <이에스피엔>(ESPN)은 7일(한국시각) 인터넷판을 통해 “맨유가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루니를 이적료 3500만파운드(570억여원)에 팔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 채널은 “루니의 이적료로 호날두를 다시 데려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공격수 레반도프스키로 루니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데일리 미러> <더 선> 등 영국 신문들도 이날 같은 보도를 내놨다. 영국 언론들은 그동안 맨유에서 이뤄진 스타플레이어 방출 ‘역사’를 근거로 루니가 맨유를 떠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주요 경기에서 팀의 주요 공격수를 벤치에 앉힌 뒤 다른 팀에 이적시킨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베컴은 2003년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고 나서는 퍼거슨 감독과 결별해야 했다. 네덜란드 출신 골잡이 뤼트 판 니스텔루이도 2006년 위건과의 리그컵 결승 때 출전선수 명단에서 빠지고 레알 마드리드로 팀을 옮겼다는 것이다.
루니가 방출될 경우, 프랑스 1부 리그 부자구단 파리 생제르맹행이 유력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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