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
황선홍의 포항 단독선두 나서
“외국인 선수 없어 조직력 배가”
“외국인 선수 없어 조직력 배가”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은 최근 팬들한테서 ‘황선 대원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쇄국정책을 펼친 ‘흥선 대원군’에 빗댄 말이다. 외국인 선수 없이 올 시즌을 치러야 하는 황 감독은 시즌 개막 전부터 “눈 감고 귀 닫고 내가 계획한 대로만 실행할 뿐”이라고 했다.
‘토종 군단’ 포항이 2013 K리그 클래식에서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승1무, 승점 7로 단독선두다. 전북, 인천과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서 앞섰다. 득점은 7골로 14개 구단 중 가장 많고, 실점은 경남(1골) 다음으로 적은 2골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두 경기까지 따지면, 5경기에서 3승2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팀처럼 외국인 공격수가 없는데도 최근 4경기 연속 2골 이상씩 터뜨렸다. 정규리그 7골 가운데 골맛을 본 선수가 6명에 이를 정도로 공격 옵션도 다양하다.
포항이 외국인 선수를 두지 않은 것은 모기업의 긴축 경영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유스 출신 선수에게 기회가 주어지면서 팀에 활기가 돌고 있다. 13일 챔피언스리그 우즈베키스탄 원정경기에서 사실상 2군을 내세웠지만 ‘젊은 피’ 이명주와 이광훈이 잇따라 골을 터뜨리며 지난해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긴 부뇨트코르와 2-2로 비겼다.
포항 상승세의 원동력은 토종의 힘이다. 국내 선수끼리 발을 맞추면서 톱니바퀴 조직력을 구축했다. 미드필드에서 상대를 압박하며 주도권을 장악하고, 간결하고 유기적인 패스로 공격 기회를 만들어간다. 군더더기 없는 ‘황선홍표 축구’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황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없다 보니 오히려 조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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