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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에서] 길 잃은 한국 축구 / 김경무

등록 2013-06-12 18:52

김경무 스포츠부 선임기자
김경무 스포츠부 선임기자
2011년 6월 조광래 감독의 축구대표팀이 한창 상한가를 치던 시절이었다. 그를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대표팀 수장으로서 자신의 축구 철학을 매우 잘 정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특정 스트라이커의 특출한 골결정력보다는, 상대 문전에서의 빠르고 세밀한 패싱게임을 통해 누구든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그의 전술은 매우 신선해 보였다. 에프시(FC)바르셀로나식 패싱게임(티키타카)을 따라하겠다는 것이었다.

“빠른 경기운영=선수 선발 1순위”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고, 베스트11에 대해서도 한두 자리만 빼고 누구를 쓸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조제 모리뉴 감독의 도전감과 성취욕, 아르센 벵거 감독의 변화와 혁신,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점유율과 세밀한 패싱게임을 접목한 축구 등 3가지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도 했다.

2010년 7월21일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조 감독이 당시까지 A매치 9승4무1패(24골, 11실점)의 성적을 올리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던 때였다. 빠르고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줘 ‘만화축구’라는 소리도 들었다.

2년 남짓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 조광래 감독 얘기를 새삼 꺼내는 건 비록 중도하차한 감독이지만 그가 추구했던 축구 철학이나 전술이 현재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최강희호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은 2011년 12월 당시 조중연 회장 등 축구협회 수뇌부가 아시아 3차 예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조 감독을 돌연 경질한 뒤, 고사를 거듭하다 떠밀리듯 지휘봉을 잡았다. “최종예선까지만 대표팀을 이끌겠다”고 선언한 그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출발은 좋았지만, 뭐라고 딱 말할 수 있는 자신만의 축구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 채 팀을 이끌어왔다.

명장으로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선수를 잘 써야 한다. 그러나 그는 공격진에서는 지동원·손흥민 등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젊고 빠른 선수보다는, 국내 프로축구 무대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이고 있는 이동국·김신욱 등을 선호했다. 박주영 등 해외파 선수들에 대해선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불신의 메시지를 띄워 불만을 사기도 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까지 대비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선수를 발굴하고 키워냈어야 했지만, 시한부 감독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김신욱 같은 장신을 문전에 박아놓고 공을 띄워 골을 잡으려는 1970년대식 ‘뻥축구’를 구사해 현대 축구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 포지션별 주전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오락가락해 경기력 저하를 부채질했다. 특히 포백 진용은 너무 자주 바뀌어 수비 조직력에도 큰 구멍이 생겼다.

어느 나라 축구대표팀이건 시기별로 상승기가 있고 하강기가 있기 마련이다. 한국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늘 승리해야 하고 매번 월드컵 본선에 가야 한다고 믿는 팬들의 기대와 주문은 너무 가혹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시작으로 2010 남아공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까지 8년 남짓 전성기를 구가했다. 현재 대표팀 멤버는 아시아권에서는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도 최근처럼 시원한 골 하나 제대로 터뜨리지 못하는 등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최강희 감독은 18일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인 이란과의 경기를 마치면 ‘봉동이장’, ‘강희대제’, ‘재활공장장’으로 이름을 떨쳤던 전북 현대로 돌아간다. 고별전에서 확 달라진 용병술과 전술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한다. 만화같이 멋진 축구가 다시 보고 싶다.

김경무 스포츠부 선임기자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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