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 함부르크전서 3골
유럽 4대 빅리그서 한국인 최초
98골 넣었던 차범근도 못 해내
유럽 4대 빅리그서 한국인 최초
98골 넣었던 차범근도 못 해내
“와~ 공을 잡고도 저렇게 빠를 수가….” 경기를 보는 이들은 마치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달리는 것 같은 그의 순간스피드에 감탄해 마지않았을 것이다.
후반 16분 기습공격 상황. ‘친정팀’ 함부르크의 중원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21·바이어 레버쿠젠)은 수비 2명을 뒤에 달고 폭발적인 드리블로 불과 몇초 만에 골지역까지 파고들었다. 이어 달려 나오는 골키퍼까지 가볍게 따돌린 뒤 골지역 왼쪽에서 침착하게 왼발 슛으로 골을 넣었다. 상대 수비 2명은 골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끝내 골문 안쪽으로 쓰러져 버렸다.
앞서 7분 전에는 동료의 패스를 받은 뒤 벌칙구역 왼쪽으로 쏜살같이 파고들어가 정확한 왼발 슛으로 골문 오른쪽을 갈랐다. 후반 10분에는 동료의 슈팅이 수비수 몸을 맞고 흐르자 순간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27분 터진 슈테판 키슬링의 골까지 도왔다. 3골 1도움. 유럽 4대 빅리그에서 한국인이 최초로 작성한 해트트릭이었다. 설기현(인천 유나이티드)이 2001년 벨기에 안레를레흐트에서 뛸때 정규리그가 아닌 슈퍼컵에서 3골을 기록한 적은 있다.
“손흥민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처럼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공격수다. 상대 수비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스피드가 장기다. 공을 갖고 뛸 때의 스피드는 놀랍다. 두고 봐라.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히트를 칠 것이다.” 김대길 <케이비에스 엔>(KBS N) 해설위원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5일(저녁 8시·서울월드컵경기장) 스위스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손흥민을 공격수로 뽑은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도 큰 기대감을 표했다. 홍명보 감독은 “첫 골은 공을 넣어준 동료의 패스가 좋았다.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를 살린 두번째 골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대표팀에 오면 잘 활용해볼 것”이라고 했다.
9일(현지시각)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13~2014 독일 분데스리가 12라운드는 손흥민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안방으로 함부르크를 불러들인 레버쿠젠은 그의 빛나는 활약으로 5-3 승리를 거뒀다. 1970~80년대 통산 98골을 넣으며 분데스리가를 풍미한 ‘차붐’ 차범근조차 한번도 작성해보지 못한 해트트릭이었기에 손흥민의 골은 더욱 값졌다. 차붐은 손흥민의 롤모델이자, 레버쿠젠의 대선배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경기 뒤 누리집 메인 화면을 통해 “바이에른은 기록을 깨고, 손은 해트트릭을 작성하다”는 제목의 내용으로 손흥민의 활약상을 이날 최고의 뉴스로 꼽았다. 바이에른 뮌헨이 홈에서 아우크스부르크를 3-0으로 잡고 리그 최다 연속 무패행진(종전 함부르크 36경기) 기록을 깬 것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경기 뒤 손흥민은 “이번 경기는 나에게 매우 특별했다. 무척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함부르크는 나에게 항상 가족 같은 팀이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무척 떨렸다. 즐겁게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잘해냈고 경기에서 이겼다. 상대가 친정팀이라 미안하기도 하다”고 했다.
손흥민은 독일축구협회컵(DFB포칼)에서는 이번 시즌 2골을 터뜨렸으나 정규리그에서는 지난 8월10일 프라이부르크와의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이후 11경기 만에 골맛을 봤다. 분데스리가 4시즌째를 맞았는데 통산 26골을 기록중이다. 손흥민은 11일 오전 한국으로 들어와 나흘 뒤 스위스와의 평가전, 19일(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러시아와의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절정의 골감각을 뽐낸 그가 홍명보호에서도 화끈한 골결정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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