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전 교체 출전해 EPL 첫 골
1-2 패색 짙었던 후반 추가시간
프리킥 패스 받아 동점 헤딩슛
카디프시티 주전경쟁 입지 다져
1-2 패색 짙었던 후반 추가시간
프리킥 패스 받아 동점 헤딩슛
카디프시티 주전경쟁 입지 다져
다들 그를 ‘박지성의 후계자’ ‘제2의 박지성’이라고 했다. 스타일은 사뭇 다르지만 미드필더로서 측면과 중앙 포지션을 다 소화할 수 있고 수비력까지 겸비했기 때문이었다. 왼발을 잘 쓰는 플레이메이커로서 도움 능력까지 갖췄다. 그러나 최근 소속팀에서나 홍명보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경쟁자한테 밀렸다. 박지성 후계자다운 면모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축구대표팀에서는 요즘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이근호(28·상주 상무)한테, 소속팀인 카디프시티에서는 조던 머치(22·잉글랜드)에게 밀리는 분위기였다.
그런 김보경(24)이 상위권 진입을 노리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절망시키는 헤딩골을 폭발시키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높였다. 24일(현지시각)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카디프시티는 후반 추가시간 1분에 터진 김보경의 천금 같은 헤딩골로 맨유와 2-2로 비겼다. 김보경은 피터 위팅엄이 미드필드 왼쪽에서 왼발 프리킥으로 문전으로 띄운 공을 골지역 중앙에서 머리로 받아 골망을 뚫었다. 맨유의 웨인 루니와 리오 퍼디낸드가 그의 옆에서 동시에 떠오르며 슈팅을 막으려 했으나 공은 정확히 김보경의 머리에 맞고 골문으로 쪽 빨려 들어갔다. 후반 32분 조던 머치와 교체 투입된 김보경은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다 종료 3분 전 큰일을 냈고, 스탠드를 가득 메운 2만8000여명의 홈팬들은 일제히 일어서며 환호했다.
지난해 7월 2부 리그(챔피언십)이던 카디프시티로 이적한 김보경으로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골. 이번 시즌 8경기에 선발로 나왔고 2경기에 교체 출장했으나 1골도 터뜨리지 못했다. 이로 인해 최근 3경기 연속으로 머치한테 선발 경쟁에서 밀렸는데, 이번 골로 주전경쟁에서 다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유로스포츠>는 이날 김보경한테 팀 내 최고인 평점 8을 줬다.
한준희 <케이비에스 엔>(KBS N) 해설위원은 “김보경이 경기 센스나 기술에서는 머치보다 우위를 보였으나 팀 공헌도가 낮아 많이 뛰고 물리적 능력이 좋은 머치한테 밀린 것 같다. 이번 골로 다시 주전으로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날 전반 15분 웨인 루니의 선제골, 전반 종료 직전 파트리스 에브라의 추가골로 2-1로 앞서는 등 경기를 지배했던 맨유는 수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더니 김보경한테 한 방을 얻어맞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맨유는 6승3무3패 승점 21로 6위에 그쳤고, 카디프시티는 3승4무5패 승점 13으로 리그 15위.
김보경은 축구대표팀에서는 주전 붙박이로 자리잡은 왼쪽의 손흥민(21·레버쿠젠), 오른쪽의 이청용(25·볼턴)에게 밀려 중앙 미드필더에서 이근호,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 등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활약으로 인한 그의 재기 가능성은 홍명보호에도 청신호라 할 수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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