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판의 ‘문제적’ 스트라이커 마리오 발로텔리(23·AC밀란)가 오랜만에 축구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번엔 욕설이나 기행이 아닌 패션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발로텔리는 1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3~2014 이탈리아 프로축구 AS로마와의 안방 경기에 ‘맞춤형’ 축구화를 신고 등장했다. 발로텔리의 도움 덕분에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지만 관심은 그의 축구화에 쏠렸다. 하얀색 바탕의 축구화엔 온갖 글씨들이 빼곡했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Why always me)” “잘가라 독일(Byebye Germania)” “슈퍼마리오(SUPER MARIO)” 등의 글귀가 선명했다. 발로텔리를 다룬 기사들의 제목들이었다.
‘슈퍼마리오’는 발로텔리의 이름을 딴 그의 별명이다. 2010년 8월 이탈리아 인테르밀란에서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발로텔리는 그후 경기장 안팎에서 각종 사고를 일으키며 구설수에 올랐다. 리그 데뷔골을 터뜨린 경기에서 위험한 파울로 퇴장 당하고 맨체스터 시티 유소년팀 선수들에게 “심심해서” 다트를 던지거나 집에서 폭죽을 터뜨리다 불을 내기도 했다.
2011년 10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엔 자신을 향한 비난을 겨냥한 듯 ‘WHY ALWAYS ME?’라고 적힌 속옷 세리머니를 펼쳤다. ‘Byebye Germania’는 지난해 6월 열린 유로2012 준결승전에서 발로텔리의 두골로 독일을 2-1로 누른 뒤 이탈리아 언론들이 뽑은 제목이다. 기행에 가려있지만 발로텔리는 189㎝·88㎏의 체격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의 주공격수다.
발로텔리의 존재는 이탈리아를 포함해 유럽 사회에서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는 징표이자 동시에 유럽에 만연한 인종 차별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다. 가나 출신 이민자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발로텔리는 가난 때문에 3살이 되던 해에 이탈리아 가정으로 입양됐다. 양부모의 보살핌 덕분에 재능을 키워 프로에 데뷔했지만 백인들 사이에서 겪은 인종차별은 그에게 상처로 남았다. 그는 올해 초 AC밀란으로 이적한 뒤에도 인종차별 발언을 한 상대 선수나 팬들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미국 시사잡지 <타임>은 올해 초 발로텔리를 ‘세계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했다. <타임>은 2012년 6월 “그의 목표는 인종차별을 없애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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