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오른쪽)이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이틀 앞둔 3일(현지시각) 오후 아테네 파니오니오스 스타디움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홍명보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아테네/연합뉴스
내일 새벽 그리스와 평가전
홍명보호 가장 큰 문제는 원톱
박주영 “내 모든 것 보여주겠다”
큰 경기 경험 적은 포백도 불안
빨리 주전 확정해 호흡 맞춰야
홍명보호 가장 큰 문제는 원톱
박주영 “내 모든 것 보여주겠다”
큰 경기 경험 적은 포백도 불안
빨리 주전 확정해 호흡 맞춰야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6월12일~7월13일·현지시각)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홍명보(45) 감독의 한국은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H조에 편성돼 16강 진출을 가린다. 8회 연속(통산 9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한국 축구는 4년 전 남아공월드컵 때 이룬 사상 첫 원정 16강을 넘어 8강까지 넘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전력이나 준비 상황으로는 미흡한 게 사실이다. 남은 기간 홍명보호가 풀어야 할 3가지 숙제를 전문가들의 제언과 함께 정리해본다.
홍명보호가 6일(새벽 2시·한국시각) 아테네의 카라이스카키스 스타디움에서 홈팀 그리스와 치르는 평가전은 매우 중요한 시험 무대이다. 오는 5월 말께 최종 엔트리(23명) 확정에 앞서 해외파 등 최정예가 출동한 가운데 치르는 A매치이기 때문이다. 역시 브라질행 티켓을 거머쥔 그리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로 한국(61위)보다 앞선다. 게다가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이 상대해야 할 러시아나 벨기에처럼 체격 조건이 뛰어난 유럽 팀이다.
■ “우리만의 득점 루트 개발을” 남은 기간 가장 중요한 것은 ‘천재 스트라이커’ 박주영(29·왓퍼드)의 부활 등 원톱 골결정력을 높이는 일이다. 소속팀에서 줄곧 벤치만 지켜왔는데도 홍 감독이 박주영을 발탁한 것은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197㎝ ‘고공폭격기’ 김신욱(울산 현대)만으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 등 좌우 공격수의 측면 돌파가 좋기 때문에 박주영이 남아공월드컵 때처럼 위협적인 모습를 보여주면 홍명보호의 공격력은 폭발적일 수 있다.
지난해 6월 홍 감독 취임 이후 박주영은 한번도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다. 소속팀의 실전경기에 거의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0-4 패배) 이후 13개월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박주영은 이번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 A매치 63회 출장 23골. 대표팀 멤버 중 가장 득점이 많다. 대표팀에서 마지막으로 골맛을 본 것은 2011년 11월11일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원정 4차전 때였다.
박주영은 3일(현지시각) 아테네 파니오니오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표팀 첫 훈련에 합류해 “경기 감각은 부족할 것이지만 그것이 변명은 될 수 없다.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보여주고 나서 코칭스태프의 판단을 따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대부분 아는 선수라서 특별히 어색한 것은 없다. 팀에 녹아들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원톱의 골결정력 제고와 관련해 한준희 <케이비스에스 엔(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그동안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의 득점은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많이 나왔다. 남은 기간 동안 대표팀은 세트플레이든 부분전술이든 우리만의 확실한 공격 루트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불안한 포백 조직력 키워야 현재 대표팀의 포백 진용은 불안하다. 좌우 풀백 주전감으로 낙점된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와 이용(울산 현대)은 그동안 안정된 플레이를 보여왔지만, 월드컵 본선 등 큰 무대 경험이 부족하다. 지난 2월1일 미국 전지훈련 중 미국과의 평가전에서는 상대의 빠른 공격에 측면이 뚫리며 결국 0-2 참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홍 감독은 이번에 34살 베테랑 차두리(FC서울)를 오른쪽 풀백으로 써볼 생각이었으나 돌연한 부상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 카드도 역시 부상으로 무산됐다. 왼쪽 풀백 요원으로는 박주호(마인츠)가 있지만 대표팀에서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본 적이 거의 없는 단점이 있다. 홍 감독은 “김진수가 잘한다고는 하지만 1명으로는 안 된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 확실한 백업 요원 확보가 시급하다. 세계적 강호들이 출전하는 월드컵 본선에서는 수비력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올림픽대표팀 시절부터 홍 감독의 지도 아래 호흡을 맞춰온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중앙수비 라인도 불안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둘이 키가 크고 비슷한 수비 스타일인데다, 과거 곽태휘나 이정수처럼 문전 공중볼 싸움에는 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공격 시 코너킥 등 세트플레이에도 가담해 자주 헤딩골을 넣으며 ‘골 넣는 수비수’로 인정받은 곽태휘나 이정수와는 스타일이 사뭇 다르다.
■ “주전 확정 빠를수록 좋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말 주전 80%가량은 확정됐다고 했으나 2~3개 포지션에서는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정성룡(수원 삼성)과 김승규(울산 현대)가 경쟁하는 골키퍼, 더블 볼란치(두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기성용(선덜랜드)과 짝을 이룰 한명 등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기성용은 공격 성향이 강하다. 공수 조율, 패싱 등 플레이메이커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때문에 그의 파트너는 공격적 성향보다는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 감독은 이번 그리스전에 기성용의 짝으로 그동안 좋은 활약을 보인 한국영(쇼난 벨마레)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이번에 잘해주면 하대성(베이징 궈안)과 박종우(광저우 푸리)를 제치고 주전을 꿰찰 수 있다.
조광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청소년과 올림픽대표팀과 달리 성인대표팀은 같이 훈련을 할 시간이 없으니 일찌감치 베스트11 윤곽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상대 문전에서 세밀한 패스로 골도 만들어내고, 공격 템포도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손흥민(왼쪽)과 하대성 등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일 (현지시각) 오후 그리스 아테네 파니오니오스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아테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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