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출전 56년간 깨지지 않은 업-다운 공식
과연 이번에도? 아니면 이번에는?
과연 이번에도? 아니면 이번에는?
한국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지 못하는 이른바 ‘업-다운 징크스’가 화제다. 월드컵에서 한번 잘 한 뒤엔 그 다음 월드컵에선 반드시 부진하다는 징크스다. 이 공식은 한국의 역대 8차례 월드컵 출전 역사에서 단 한번도 예외가 없었다.
징크스의 시작은 한국이 월드컵에 첫 출전한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참패했다. 한국전쟁의 참상이 채 가시기 전이라 축구협회의 지원은 빠듯했다. 결국 선수들은 배와 비행기를 갈아타고 오랜 여정 끝에 1진은 경기 전날, 2진은 경기 시작 5시간 전에야 가까스로 스위스에 도착했다.
첫 상대 헝가리는 당시 푸스카스, 콕시스 등 세계 최강의 공격진으로 유럽에서 32전 무패를 자랑하는 최강팀이었다. 당시 골키퍼 홍덕영은 헝가리의 슈팅을 막으면서 “슛이 얼마나 강한지 가슴과 배가 얼얼했다”라고 회상했다.
한국은 32년만에 출전한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잘 싸웠다.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세계 최강 이탈리아(2-3 패)와 아르헨티나(1-3 패)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불가리아(1-1 무)전에선 사상 첫 승점도 따냈다. 32년 만의 첫 출전이기에 충분히 만족스런 성과였다.
그러나 4년 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선 3전 전패로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다시 4년 뒤 미국 월드컵에선 비록 16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다시 희망의 불을 지폈다. 세계 최강 스페인과 2-2로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했고, 독일과의 대결에서도 전반에 세 골을 내준 뒤 후반 불같은 추격으로 두 골을 만회하며 상대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긴 게 아쉬웠지만 2무1패의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4년 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다시 부진했다. 멕시코에 1-3, 네덜란드에 0-5로 지며 차범근 감독이 중도에 한국으로 ‘소환’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4년 뒤 독일 월드컵에서 토고를 상대로 원정 첫 1승을 거뒀지만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한국 축구는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업-다운 공식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예외가 없었다. 4년 전 독일 대회 부진을 만회하고 1승1무1패, 승점 4점으로 원정 첫 16강에 오른 것이다.
이런 윤번제 업-다운 공식대로라면 이번엔 부진을 면치 못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할 차례다. 하지만 징크스는 깨지라고 존재하는 법. 과연 이번에도 업-다운 공식이 맞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동훈기자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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