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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축구·해외리그

‘박주영 도박’처럼…축구협회 ‘홍명보 도박’

등록 2014-07-03 16:11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감독은 홍명보 외에 없었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재신임하는 장면은 익숙했다. 그 만한 감독도 없다는 뜻이다.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그 만한 공격수도 없다”며 박주영을 발탁하던 모습이 겹쳐졌다.

축구협회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한 홍 감독이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지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허정부 부회장은 “브라질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을 홍 감독 개인에게 떠넘기는 건 최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실패를 교훈 삼아 대표팀을 잘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조별리그 3차전인 벨기에전 직후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사의를 밝혔지만 귀국 뒤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면담한 뒤 마음을 바꿨다고 허 부회장은 전했다.

홍 감독이 자리를 보전함에 따라 홍 감독과 함께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했던 황보관 기술위원장, 허정무 부회장 등도 수명이 연장됐다. 허 부회장은 “준비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지만 ‘순서’가 바뀌지 않았냐는 지적엔 “국민들이 홍 감독의 거취를 궁금해했기 때문”이라고만 했다. 16강 탈락의 결과 뿐만 아니라 △선수 선발 △대안 전술 부재 △컨디션 관리 실패 등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축구협회의 이날 결정은 허 부회장이 밝혔듯이 홍 감독과 협회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 처방에 불과한 셈이다. 대국민 이미지가 여전히 호의적인 홍 감독을 전면에 내세워 협회를 향한 비판을 피해보려는 의도도 읽힌다. 그래서인지 허 부회장의 말들은 ‘방어적’이었다. “그동안 모든 책임을 감독이 지고 물러나는 방식이 반복됐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며 과거 협회의 일처리를 부정하기도 했다.

이제 관심은 협회가 말한 원인 분석과 대책이 얼마나 빠른 시일 안에 마련돼 아시안컵 이전에 축구 대표팀에 적용되느냐에 모아진다. 물론 비관적이다. 지난해 1월 이후 줄곧 형식과 내용 모두 ‘원팀’을 유지한 홍명보호가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적용하기에 남은 6개월의 시간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인 의문은 홍 감독과 축구협회에 그런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축구협회 바깥에선 자기확신이 강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는다”는 홍 감독이나 그를 지지한 허 부회장 등 현 축구협회 집행부가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가 진단’을 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결국 대표팀 운영과 감독 선발에 마땅한 원칙이 없는 축구협회는 홍 감독을 한번 더 믿고 맡기는 선택을 했다. 홍 감독이 ‘언젠가 한번 터지겠지’라며 박주영을 경기에 내보낸 것과 비슷하다. 홍 감독 역시 아시안컵에서 ‘대박’을 터뜨린다면 브라질월드컵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기에 협회의 결정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주영으로 도박에 나섰던 홍 감독이 이번엔 축구협회가 판을 짠 도박판의 말이 된 셈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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