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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뒤로 숨은 축구협회

등록 2014-07-10 20:15수정 2014-07-10 22:15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4 브라질월드컵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4 브라질월드컵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홍명보 대표팀 감독, 유임 1주일만에 자진사퇴
“내 능력으로 아시안컵까지 무리”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도 사퇴 뜻

유임 당시 정몽규 협회장이 설득
이번에도 사실상 협회 의중 반영

“모든 관심·권한 감독에 몰아넣고
불리하면 감독부터 내쳐” 비판 나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한국 축구의 감독 잔혹사는 반복됐다. 시기와 장소, 형식이 과거와 달랐지만 결국 감독은 사퇴했고 대한축구협회는 살아남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의 성적을 거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축구협회의 재신임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한 지 일주일 만인 10일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홍 감독은 “내년 1월 아시안컵 대회까지 6개월 동안 팀을 정상적으로 꾸려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내 능력으로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이끌기엔 무리라고 생각했다”고 갑작스레 물러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번 대회 축구대표팀 단장을 맡았던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감독의 사퇴는 지난 3일 허정무 부회장이 “실패를 교훈 삼아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잘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임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협회는 “홍 감독이 조별리그 3차전 벨기에전 이후 사의를 표명했으나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설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홍 감독 역시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해 사퇴를 발표하고 떠날 수도 있었지만 비판까지 받는 게 감독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은 7일 전 유임 결정은 물론이고 홍 감독의 최종 사퇴 역시 사실상 축구협회의 의중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축구협회는 유임을 발표할 때 ‘협회의 무책임’이란 지적이 나오자, “정확한 원인 분석 뒤에 책임질 건 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 부회장이 동반 사퇴를 하고 정몽규 축구협회장까지 나와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는 말 말고는 구체적인 이유나 과정 등을 밝히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홍 감독의 월드컵 직전 ‘토지 매입’ 사실과 월드컵 직후 선수단 회식 영상이 보도된 것 외에 협회의 결정을 뒤집을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홍 감독의 사퇴가 축구협회가 강조한 ‘원인 분석’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결국 비난 여론이 협회를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입장 변화로 보인다. 축구계 한 인사는 “협회는 월드컵 준비 과정, 즉 훈련지 선정이나 감독의 전술,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먼저 파악해서 책임 범위를 따졌어야 한다. 유임시키려다 여론이 나빠지니 홍 감독을 사퇴시키면서 협회는 그 뒤에 숨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협회가 정말 홍 감독을 ‘한국 축구의 자산’이라고 판단했다면 본질과 무관한 사생활 관련 보도로부터 홍 감독을 지켰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과 허 부회장이 사퇴했고 정몽규 회장이 “대표팀 운영 쇄신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감독에게 책임 떠넘기기를 반복하는 협회에 큰 기대를 걸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윤수 스포츠평론가는 “감독 유임도 사퇴도 모두 협회로 향하는 비판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고 봐야 한다. 협회는 시스템을 만드는 대신 모든 관심과 권한을 감독에게 몰아놓은 뒤 상황이 불리하면 감독부터 내치는 비정상적인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협회나 홍 감독과는 별개로, 범국가적인 행사 차원으로 기대를 잔뜩 키운 뒤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희생양부터 찾아내는 언론의 성숙하지 못한 태도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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