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북한의 김위성이 한국의 이승우 유니폼을 잡아당기며 몸싸움을 하고 있다. 2014.9.20 / 방콕=연합뉴스jieunlee@yna.co.kr/2014-09-20 23:49:34/
북한 축구는 쉼이 없었다. 90분 내내 “조선 잘한다”를 외치던 그들의 응원단과 비슷했다. 거친 태클과 체력으로 무장한 북한 축구에 한국판 ‘메시’로 주목받은 이승우의 기술도 먹혀들지 않았다.
북한의 16살 이하 대표팀이 20일(한국시각) 타이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을 2-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북한은 2010년 대회 우승 이후 4년 만에 진출한 결승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저력을 증명했다. 이승우·장결희 ‘바르셀로나 듀오’를 앞세워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우승을 노리던 한국은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강적 이란과 호주를 연달아 누른 북한 축구는 강했다. 특히 전반 초반부터 한국 공격수들을 강하게 압박하며 시종일관 빠른 공수 전환을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전반 34분 한국 최재영에게 헤딩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위협적인 장면은 여러 차례 북한 공격수들의 발끝에서 나왔다. 후반 8분 동점골을 넣은 한광성은 한국 수비수 2~3명을 손쉽게 따돌리는 개인기를 선보였고 최전방 공격수 정창범은 90분 내내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한국 골문을 위협했다.
북한의 거친 경기 운영에 한국 선수들은 당황했다. 북한 수비수들은 한국의 이승우에게 공이 전달되기가 무섭게 거친 몸싸움과 파울로 제압했다. 이승우는 간간히 8강전, 4강전 때보여준 돌파에 이은 슈팅을 선보였으나 결정력이 부족했다. 공격을 만들어가는 수비수들과 최전방 이승우까지의 간격이 지나치게 넓어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는 차단되는 일이 잦았다. 결국 후반 25분 올라온 크로스를 수비수가 깔끔하게 걷어내지 못해 북한 최성혁에게 역전골을 내줬다.
6만5000명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라자망갈라 경기장엔 이날 한국 교민 500여명이 찾아와 “대~한민국”을 외치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북한 교민 50여명도 꽹과리와 ‘짝짝이’로 “조선 선수들”에게 힘을 실었다.
방콕/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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