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가 10일(현지시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원정 2차전에서 1-2로 졌으나 합계 전적 4-2로 앞서며 결승 진출에 성공하자,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가 이날 만회골을 넣은 이스코의 등을 타고 환호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 누리집
1992~1993 시즌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는 이른바 ‘우승팀의 저주’(Holders Curse)라는 게 있다. 우승 트로피인 ‘빅이어’(Big Ears)를 들어 올린 클럽은 다음 시즌 타이틀을 방어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다. 1992~1993 시즌 2연패를 노리던 FC바르셀로나(스페인)는 2라운드 진출에 그쳤다. 이어 마르세유(프랑스)가 그 시즌 우승한 이후 2015~2016 시즌까지 2연패를 달성한 팀은 하나도 없었다. 유럽축구연맹 누리집은 이런 저주에 대해 “축구 상식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라고까지 했다.
물론 챔피언스리그 전신인 유러피언컵 때는 그런 저주가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대회 초창기인 1955~1956 시즌부터 1959~1960 시즌까지 우승해 5연패의 금자탑을 쌓았고,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아약스(네덜란드)가 각각 3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인터밀란(이탈리아), AC밀란(이탈리아), 리버풀(잉글랜드), 벤피카(포르투갈), 노팅엄 포리스트(잉글랜드)도 2연패를 이룬 적이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우승 트로피인 빅이어(Big Ears).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팀의 저주’를 깨고 2016~2017 시즌 처음으로 타이틀을 방어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 ‘마드리드 더비’ 또 웃은 레알
레알 마드리드가 10일(현지시각)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면서, ‘우승팀의 저주’를 깨고 사상 처음으로 타이틀을 방어할 수 있을지 유럽 축구계가 주목하고 있다. 레알은 이날 비센테 칼데론 경기장에서 열린 지역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4강 원정 2차전에서 1-2로 졌으나 1·2차전 합계 전적 4-2로 앞서며 두 시즌 연속 결승에 올랐다. 안방 1차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해트트릭으로 3-0으로 이긴 게 결정적이었다. 레알은 챔피언스리그 통산 499골을 기록해 500골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역대 최다로 2위 FC바르셀로나(459골)와도 큰 차이가 난다.
레알은 이날 전반 12분 아틀레티코의 사울 니게스에게 헤딩골을 내준 데 이어, 4분 뒤엔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페널티골까지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전반 42분 카림 벤제마의 멋진 왼쪽 측면 돌파 뒤 토니 크로스의 강력한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이스코가 골로 연결시키며 한숨을 돌렸다. 후반에 몇 차례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수문장 나바스가 슈퍼 세이브를 선보이며 팀을 구해냈다.
레알은 39살 거미손 잔루이지 부폰이 포진한 ‘방패’의 팀 유벤투스(이탈리아)와 다음달 4일(오전 3시45분·한국시각) 웨일스 수도 카디프 국립경기장에서 빅이어를 놓고 격돌한다. 두 팀이 결승에서 만나는 것은 1997~1998 시즌 이후 19년 만이다. 당시에는 레알이 1-0으로 승리해 32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2014~2015 시즌엔 두 팀이 4강전에서 격돌했고, 유벤투스가 1·2차전 합계 3-2로 결승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유벤투스는 결승전에서 FC바르셀로나한테 1-3으로 져 통산 3회 우승 꿈을 이루지 못했다.
루카 모드리치, 카림 벤제마 등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지난해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2년 만에 다시 우승한 뒤 ‘빅이어’ 앞에서 좋아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 누리집
■ 호날두, 메시 제치고 5시즌 연속 득점왕?
레알은 지난 시즌 결승에서 아틀레티코와 만나 연장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겨 챔피언스리그 사상 최다인 통산 11회 우승(14차례 결승 진출)을 차지했다. 아직 10회 우승 고지에 오른 팀은 레알 외에는 없다. 카림 벤제마-개러스 베일-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이른바 ‘비비시’(BBC) 황금 공격 라인의 활약이 눈부셨다. 호날두는 이번 시즌에도 10골을 터뜨리며 레알의 결승 진출에 견인차가 됐다. 11골인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에 이어 득점 2위인데, 결승전에서 골을 넣어야 5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를 수 있다. 레알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리그에서만 88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포함 통산 103골)을 폭발시킨 그다.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10일(현지시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원정 2차전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마드리드/AP 연합뉴스
■ 친정 유벤투스 상대하는 지단 감독
선수 시절인 1996~2001년 유벤투스에서 활약하기도 했던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에게 친청팀을 상대로 한 이번 결승전은 더욱 각별하다. 지단 감독은 “유벤투스는 나의 축구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클럽이었다. 나에게 모든 것을 줬던 팀으로 간직하고 있다. 결승전은 특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단은 유벤투스 시절에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레알로 이적해서는 2001~2002 시즌 한 차례 빅이어를 들어 올렸디. 당시 레버쿠젠(독일)과의 결승전에서 라울 곤살레스, 루이스 피구, 호베르투 카를루스 등 초호화 멤버와 함께 출전해 2-1로 앞서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