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22일(현지시각)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B조 조별리그 안방 3차전에서 골을 폭발시키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이제 1골 남았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27)이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66)이 보유하고 있는 ‘유럽 프로축구 무대 한국인 최다골’(121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2일(현지시각)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32강)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전반 16분과 44분 연이어 골을 폭발시키며 토트넘의 5-0 대승에 기여한 것이다.
앞서 손흥민은 지난 2일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조별리그 2차전(토트넘 2-7 패배)에서 선제골(전반 12분)을 넣은 바 있다. 챔피언스리그 2경기 연속골인 셈이다.
이로써 손흥민은 이번 시즌 총 4·5호골(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골, 챔피언스리그 3골)에다, 유럽 프로축구 무대 통산 120·121호골을 기록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말까지 독일 분데스리가와 유럽 클럽대항전에서 뛰며 폭발적인 질주와 놀라운 골결정력으로 총 121골을 넣은 ‘차붐’ 차범근과 같은 반열에 오른 것이다.
손흥민이 앞으로 한번만 더 골네트를 출렁이게 하면 ‘차붐’을 넘어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그 무대는 28일(새벽 3시·한국시각) 리버풀과의 정규리그 원정경기가 될 수 있다.
차범근은 지난 1978년 독일 다름슈타트를 시작으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뛰며 1988~1989 시즌까지 총 372경기에서 121골을 넣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역시 폭발적인 질주와 환상적인 슈팅을 앞세워 유럽 무대 위협적인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이 그를 뛰어넘는 대기록 작성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손흥민은 2010~2011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소속으로 유럽 1부 리그에 데뷔했고, 3개 시즌 동안 20골을 터뜨렸다. 2013~2014 시즌부터는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2시즌 동안 29골을 만들어냈다. 2015~2016 시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옮겨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뒤로는 이날까지 72골을 폭발시켰다.
서울 동북고 1학년 시절이던 지난 2008년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로 뽑혀 독일로 축구유학을 떠난 손흥민은 만 18살인 2010년 함부르크 1군에 합류하며 축구인생에 대전환점을 맞았다. 특히 2016~2017 시즌 토트넘에서 총 21골을 기록하며 차범근(1985~1986 시즌 19골)이 보유하고 있던 유럽 프로축구 무대 한 시즌 한국인 최다골 기록을 넘어선 바 있다.
손흥민은 지난 21일에는 프랑스 권위의 축구잡지 <프랑스풋볼>이 수여하는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도 이름을 올려 특급공격수로 인정받고 있음이 다시 확인됐다.
손흥민이 전반 44분 자신의 두번째 골이자 차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골을 성공시킨 뒤 델리 알리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1승1무1패(승점 4)를 기록해, 이날 원정 3차전에서 올림피아코스(그리스)를 3-2로 누른 바이에른 뮌헨(3승·승점 9)에 이어 B조 2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이날 팀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16분 라멜라가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공을 올려주자 문전 왼쪽으로 파고들며 왼발을 갖다대 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44분에는 탕기 은돔벨레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대 공을 가로채 치고들어오다 골지역 왼쪽으로 공을 찔러주자, 다시 왼발로 골문을 갈랐다. 그는 68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다 교체돼 나왔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