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푸엉이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K리그1에서 뛰는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3월3일 국내 축구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수원 삼성이 말레이시아 조호르 다룰에 1-2로 졌기 때문이다. 수원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동남아 팀에게 당한 첫 패배였다. 원정 경기였고 ‘공은 둥글다’지만 동남아를 축구 변방으로만 여겨온 팬들에겐 믿기 힘든 일이었다.
더 놀라운 건 말레이시아 팬들의 열기였다. 이날 말레이시아 팬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버금가는 열정적인 응원을 보여줬다. 관중수도 2만5524명에 달했는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출전으로 ‘흥행 대박’을 터트렸던 2월 수원 삼성과 일본 비셀 고베 경기(1만7372명)보다 많았다.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K리그는 올 시즌 축구판 ‘신남방정책’을 들고 나왔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번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쿼터를 기존 3+1에서 3(외국인)+1(아시아축구연맹)+1(동남아)로 바꿨다. 부담 없이 동남아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셈이다.
시장성은 충분하다. 지난 시즌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는 ‘베트남 손흥민’이라고 불리는 콩푸엉을 영입했다. 베트남 사람들이 콩푸엉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고, 본국의 팬들은 온라인 중계로 콩푸엉의 활약을 지켜봤다. 마치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박지성과 손흥민을 응원하는 국내 팬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콩푸엉은 K리그 적응에 실패하고 유럽 무대 도전을 위해 시즌 도중 떠났지만, 동남아 시장 개척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던 베트남 국가대표 콩푸엉(가운데). 연합뉴스
일본 J리그는 이미 2014년 동남아 쿼터를 신설해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지난달 20일 J리그는 해외 팬을 위해 리그에서 활약 중인 타이 선수 4명을 모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는데, 30만명 이상이 지켜봤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한국에서 성공한 동남아 선수는 1980년대 럭키 금성 등에서 뛰었던 타이의 피아퐁 선수가 유일하다. 기술 중심 J리그와 달리 K리그에선 강한 신체 능력이 필요한데, 동남아 선수들은 체격 조건이 불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재정이 여유롭지 않고 자칫 강등될 수도 있는 K리그1 구단들이 쿼터 제한이 해소됐다는 이유만으로 동남아 선수를 영입하기도 쉽지 않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