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49)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김병수(50) 강원FC 감독이 K리그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국내 프로축구에도 ‘양김시대’가 올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 시즌 ‘김기동 체제’로는 처음 전체 시즌을 치르는 포항은 10일 개막전 안방경기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2-0으로 꺾었다. 이날 포항은 공격수 일류첸코를 중심으로 이적생 팔라시오스·최영준 등이 상대를 빠르게 몰아쳤다. 지난 시즌 보여줬던 강한 공격력에 더해 탈압박 등 팀 전체적인 기술이 향상된 모습이었다. ‘기동타격대’라는 별명에 걸맞았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포항의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수석코치였던 김 감독은 전임 최순호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며 시즌 도중 팀 사령탑을 맡았다. 한때 11경기에서 1승밖에 거두지 못하는 등 고전했으나 시즌 막판 절정의 기량을 보이며 부임 당시 10위였던 팀을 4위까지 올려놨다.
이 때문에 올 시즌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친 김기동의 포항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실제 김 감독은 개막전 뒤 인터뷰에서 “부산에 대한 분석은 이미 2달 전에 끝낸 상태였다”라며 준비된 감독의 면모를 보여줬다.
영남권 돌풍의 주인공이 포항이라면, 강원에서는 김병수 바람이 분다.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FC는 10일 개막전 안방경기에서 FC서울을 3-1로 꺾었다. 강원은 0-1로 뒤졌던 후반전에만 3골을 몰아쳤다.
김병수 감독은 2018년 전임 송경섭 감독 경질 뒤 강원 사령탑에 부임했다. 부임 첫 시즌을 8위로 마무리한 뒤 강원과 3년 재계약을 맺었고, 2019년 본격적으로 강원을 리빌딩했다. 서울 이랜드 감독 시절 보여줬던 아쉬운 모습에 우려도 있었지만 시즌 초부터 전북 현대를 격파하며 우려를 불식했다.
김 감독은 후방에서부터 착실한 빌드업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고, 선수 개인보다는 팀 전체 조직력을 중시한다. 깔끔하면서도 위협적인 특유의 축구가 ‘병수볼’로 불리는데, 올 시즌 공수전환까지 한층 빨라지며 더 강해졌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김 감독을 따라 서울 이랜드에서 강원으로 이적한 조재완의 활약도 눈에 띈다.
김병수 감독은 전술로 유명한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과 자주 비교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더 획기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 세계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특급 선수를 영입하는 과르디올라와 달리 국내 선수들로 팀을 꾸리기 때문이다. 전술이 군더더기 없이 시원해 성적은 물론 ‘팬심’까지 잡는다는 점도 강점이다. 지난 시즌 안방에서 포항에 0-4로 뒤지던 경기를 막판 25분 동안 5골을 몰아치며 역전한 건 화룡점정.
팬들은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는 두 팀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특히 전북·울산·서울에 더해 포항·강원까지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더욱 치열해진 상위권 경쟁에 기대하는 눈치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두 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3위를 넘어 우승까지 넘볼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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