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한 유럽 7개 국가가 차별 반대를 뜻을 담은 ‘무지개 완장’ 착용을 포기하기로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피파)이 완장 착용에 대해 옐로카드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뜻을 고수한 탓이다.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벨기에, 스위스, 웨일스, 잉글랜드 7개 나라 축구연맹(협회)은 21일(한국시각) 공동성명을 내 “피파는 우리 주장 선수들이 (무지개) 완장을 찰 경우 경기 내에서 제재를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며 “우리는 주장들에게 완장을 착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들 연맹은 “우리는 각국 축구연맹으로서 우리 선수들이 경고를 받거나 심지어 경기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둘 수 없었다”며 “피파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고 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이미 9월부터 완장 착용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피파는 응답하지 않았다. 선수와 코치진은 다른 방식으로 지지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장들이 착용하려던 완장은 무지개 색깔 하트 속에 숫자 1이 적혀있는 이른바 ‘하나의 사랑’(OneLove) 완장이다. 앞서 9월 네덜란드축구협회는 유럽 각국 연맹에 국제대회에서 무지개 완장을 착용하자고 제안했고, 10개 나라가 이를 받아들여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등에서 착용해왔다.

다만 이들 중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고, 프랑스는 주장 위고 요리스(토트넘 홋스퍼)가 “(카타르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번 월드컵에서 무지개 완장을 착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각국 주장은 무지개 완장 대신 피파가 승인한 완장을 착용할 전망이다. 이번 대회에서 피파는 차별 반대, 교육, 보건, 환경과 관련한 메시지를 담은 완장을 단계별로 제공한다.

피파는 스포츠와 다른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은 지난 19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유럽인들은 도덕적 훈계를 하기 전에 본인들이 지난 3000년 동안 해온 일부터 사과해야 한다”며 카타르 내 인권 문제 지적이 “위선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결정이 동성애를 처벌하는 카타르 정부를 의식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카타르와 피파는 무지개 완장 착용에 제재를 가한다는 결정은 전적으로 피파가 내렸으며 카타르 정부 등의 압력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승인되지 않은 완장 착용은 금지는 피파 규약에 오래전부터 명시되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