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본팬이 27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일본과 코스타리카 경기를 보면서 스케치북을 들고 있다. 알라이얀/신화 연합뉴스
이번에는 ‘협박’이다. “휴가를 연장해주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한다.
시작은 ‘감사’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트위터 계정은 지난 23일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일본-독일전 관중석에 있던 한 남성 일본팬의 사진을 소개했다. 그는 “보스! 2주 동안 휴가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었다. 이틀 뒤 일본의 통신업체인 NTT 동일본의 공식 트위터 계정은 이를 리트윗한 뒤 “휴가와 월드컵을 잘 즐기고 오렴. 너의 보스로부터”라고 반응했다. 스케치북 남성은 NTT 동일본 직원이었던 것.
그리고, 27일 열린 조별리그 2차전 일본과 코스타리카전. 이번에는 또 다른 남성 일본 팬이 환하게 웃으면서 “보스! 휴가를 연장해주지 않으면 (회사를) 떠날 거예요!”라는 메시지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었다. 독일전 스케치북 팬을 따라 했는데 한발 더 나아가 휴가 연장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 일본이 1차전에서 강호 독일을 꺾으면서 16강전 진출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날 E조 최약체로 분류되던 코스타리카에 0-1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암운이 드리웠다. 이후 열린 독일과 스페인 경기가 무승부(1-1)로 끝나면서 16강으로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에서 일본은 스페인과, 독일은 코스타리카와 상대한다. 일본이 스페인에 패하고 독일이 코스타리카를 꺾으면 일본은 16강 진출이 좌절된다. 때문에 이 일본 남성팬도 휴가 연장 없이 온전히 처음 예정된 휴가만 쓰고 회사로 돌아가야만 할 확률이 더 커졌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 일부 일본 팬은 옛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들고 입장하기도 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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