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0일(한국시각) 카타르 알코르 알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A조 3차전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패한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알코르/로이터 연합뉴스
카타르가 월드컵 개막 10일 만에 탈락했다. 조별리그 3전 전패. 월드컵 92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외에도 카타르는 이번 대회에서 첫 개최국 개막전 패배, 첫 개최국 조별리그 조기 탈락 등 새로운 흑역사를 줄줄이 남겼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 개최국 돌풍은 없었다.
사실 이번 ‘개최국 카타르’는 유치 때부터 논란이 컸다. 여름 기온이 최대 40도가 넘어가는 중동에서 월드컵이 가능하냐는 비판부터 동성애 처벌, 가혹한 이주노동자 착취 등 인권문제까지…. 그야말로 논란이 쏟아졌다. 사상 초유의 겨울월드컵이란 방법으로 일부 문제는 해결했지만, 대부분은 지금까지도 카타르를 괴롭히는 숙제로 남았다.
이런 논란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카타르는 “축구에 집중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적어도 카타르는 축구로도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펠릭스 산체스 카타르 감독은 2017년 카타르 축구대표팀을 맡아 6년 동안 지휘하고 대회 직전 6개월 합숙 훈련까지 했지만, 처절한 실패를 맛 봤다. 개막전 하프타임 뒤 관중이 우르르 빠져나가는 모습과 ‘돈으로 원정 응원단을 샀다’는 의혹은 덤이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전이 열린 21일(한국시각) 카타르 알코르 알베이트 스타디움이 전반전 뒤 빠져나간 관중들 때문에 텅 비어있다. 알코르/AFP 연합뉴스
여러모로 ‘처음’이란 수식표가 붙은 카타르월드컵이지만, 사실 이번 대회는 약 100년을 이어져 온 월드컵 역사에 중대한 변곡점으로 남을 수 있다. 개최국 부진, 중동월드컵, 정치 논란, 더욱 막대해진 개최비용 등이 이제는 월드컵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4년 뒤 북중미 대회부터 월드컵 본선 참가국이 현행 32개에서 48개로 늘어난다. 아시아는 본선 티켓이 무려 4.5장에서 8.5장으로 증가한다. 만약 차후에 아시아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고 대륙 간 플레이오프까지 승리하면 최대 10개 나라가 본선에 참가할 수 있다. 피파랭킹을 기준으로 보면, 이라크(68위)·아랍에미리트(70위)·오만(75위)·우즈베키스탄(77위)·중국(79위) 등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월드컵 공동 개최도 늘어날 전망이다. 안 그래도 인프라 건설비용 부담이 심한 상황에서, 48개 나라를 수용할 시설을 단독으로 마련하기는 힘들다. 차기 대회인 2026년 월드컵 역시 미국, 멕시코, 캐나다가 공동 개최한다. 심지어 동남아시아 9∼10개국이 2030년 혹은 2034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더는 각종 ‘개최국 공식’도 유지되지 않을 확률이 크다.
개최지에 대한 정치 논란도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2030년 월드컵 개최국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그리스-이집트 공동 개최)와 중국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두 나라 모두 인권문제로 비판받고, ‘스포츠 워싱’ 의혹을 사는 곳이다. 이미 피파는 월드컵이 열린 대륙에서는 향후 2개 대회 동안 월드컵을 다시 유치할 수 없다는 규정을 1개 대회 금지로 바꿔, 이들이 2030년 유치에 도전할 길을 터줬다.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가 결국 돈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드컵 개최 희망지가 갈수록 사라지는 상황에서, 대회의 정치적 이용을 노리는 일부 아시아 국가와 피파가 손을 잡았다는 비판이다. 실제 참가국 확대, 유치 금지 규정 변경 등은 모두 중동 국가와 중국에 유리한 변화다. 카타르월드컵은 개최국뿐 아니라 피파의 ‘흑역사’가 본격화된 대회로 남을지도 모른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